가을밤을 울음소리로 수놓는 귀뚜라미, 여름철 귀청을 울리는 매미, 외래종으로 불청객 취급을 받는 꽃매미까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어 하찮게 여겨지던 곤충이 의약품의 새로운 후보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20일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곤충 소재 의약품 관련 출원이 꾸준히 늘고 있다.

2005∼2009년에는 매년 10건 안팎으로 미미했지만, 2010년 이후에는 매년 20∼30건을 넘어서고 있다.

곤충은 지구상에 알려진 동물 100만종 중 4분의 3 이상을 차지할 만큼 다양하며, 공룡보다 먼저 지구상에 출현해 다양한 환경에 적응한 결과, 여러가지 유용한 물질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막대한 투자가 요구되는 합성 신약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식물 등 다른 생물에 비해 연구가 덜 이뤄져 새로운 발견의 가능성도 크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곤충 소재 의약품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대상이 되는 곤충의 종류도 늘어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약재로 사용돼 온 벌침, 누에 외에도, 최근에는 갈색거저리, 동애등에, 꽃매미 등 생소하거나 약용으로 알려지지 않은 종류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갈색거저리는 딱정벌레목의 해충으로 인식됐지만, 현재 유충 '밀웜'이 애완동물 사료로 이용되며, 항암·항치매 효능 등이 밝혀졌다.

동애등에는 파리목의 곤충으로 음식물쓰레기·분뇨 처리에 활용이 기대되며, 폐렴균, 이질균 등에 대한 항균 활성이 확인됐다.

꽃매미는 중국 등이 원산인 외래종으로, 과수에 피해를 주지만 항알레르기 활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염증, 암, 알츠하이머, 심혈관계 질환, 바이러스 질환 등 다양한 종류의 질환에 대한 곤충의 치료 효과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종래에는 곤충 전체를 추출물로 이용하는 단순한 방법이 주로 사용됐다면, 최근에는 곤충에서 '펩타이드', '다당폴리머' 등 특정한 약효 성분만을 분리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쇠똥구리가 자기방어를 위해 분비하는 항균 펩타이드를 천연 항생재로 이용하거나, 뒤영벌에서 분리된 다당폴리머를 심혈관계 질환 치료에 이용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용정 특허청 약품화학심사과장은 "세계적으로 곤충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곤충을 소재로 한 신약개발이 유망한 분야"라며 "신약개발의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미지의 영역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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