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감염학회가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 186명의 역학 정보 등을 엮은 '메르스 실록'을 편찬한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 감염질환학회(IDWeek 2015)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김 이사장은 국내 메르스 감염환자 186명의 역학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한 '메르스 실록'을 학계와 의료계 등에 제공해 국내 메르스 연구의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도 메르스의 대응 과정을 정리한 '메르스 백서' 편찬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별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이사장은 "무슨 일이 터지면 새 건물을 짓고 시설을 뜯어고치는 것을 대책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며 "메르스면 메르스, 뎅기열이면 뎅기열 등 감염질환마다 실무 경험을 갖춘 전문가를 5년 동안 100명은 양성해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찾아올 감염병에 대비하려면 무엇보다 실무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김 이사장은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문형표 보건복지부 전 장관을 설득해 정부가 '자체 메르스 종식'을 선언하도록 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김 이사장은 "당시 마지막 메르스 양성 환자(80번)는 기저질환(림프종)의 특성상 치료에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며 "확산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의미가 없는 WHO의 종식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정부가 자체적으로 종식 선언을 해야 한다고 문형표 전 장관에게 의견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는 마지막 자가격리자가 해제된 지 이틀 만인 7월 28일 '사실상의 메르스 종식'을 선언했다.

김 이사장은 메르스가 '사실상 종식'된 이후 한동안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 왔다.

김 이사장은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에도 감염병 전문가로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기는 했지만 이번만큼 힘들지는 않았다"며 "메르스 사태 당시 국민의 불안감이 신종플루 때보다 컸던 만큼 나도 언론에 집중적인 조명을 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이러한 일이 처음은 아니라며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했다.

2007년께, 조류독감이 2년마다 유행하고 있으니 백신을 더 비축해야 한다고 방송에서 주장하자 양계업자들이 김 이사장의 직장인 고대구로병원 앞에 찾아와 "조류 독감의 불안감을 키우지 말라"며 항의 시위를 벌인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몇 주 후 방송에서 '익힌 음식으로는 조류독감에 감염되지 않는다'고 설명하자 시위대의 대표격인 인사가 고맙다며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며 당시 상황을 떠울리며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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