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아무 말 없이 쳐다본다. 어떠한 표정도 없다. 다만, 목 아래 작은 구멍이 하나 있다. "내가 담배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금연 홍보 포스터가 아니다. 현재 캐나다에서 판매 중인 담뱃갑에서 볼 수 있는 사진과 경고 문구다.
흡연 경고 그림은 흡연의 폐해를 효과적으로 알리려고 담뱃갑의 앞·뒷면에 흡연에 따른 질병과 신체 손상을 사진이나 그림으로 경고 표기하는 것을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효과를 인정받은 '비(非)가격' 금연 정책 중 하나다. 전 세계 77개국에서 도입했고 내년까지 105개 국가에서 시행할 예정이다.
경고 내용이나 문구에 따라 공포형과 일반형으로 나뉜다.
캐나다, 호주, 태국, 유럽연합(EU) 등 담뱃갑 경고 그림을 제도화한 국가에서는 이를 모두 활용하고 있다.
공포형은 폐암, 구강암, 설암 등 흡연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질병의 모습을 실제 환자의 사진으로 고스란히 보여준다. 호주는 흡연 부작용으로 썩어들어가는 발 사진까지 그대로 담뱃갑에 담기도 했다.
반면 일반형은 '당신의 흡연으로 아이가 아픕니다', '담배는 모든 이를 다치게 할 수 있습니다' 등 공포형보다 완화된 사진과 문구를 사용한다. 태국에서는 담배 없는 가정의 이미지를 표현하기도 했다.
그동안 흡연 경고 그림 의무화는 올해 1월 단행된 담뱃값 인상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높은 흡연율을 끌어내릴 가장 강력한 금연정책으로 꼽혀 왔다.
한국은 국제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비준국가로서 경고 그림을 의무적으로 넣도록 제도화해야 하지만 그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다만, 제도를 도입한 일부 국가로 담배를 수출할 때만 경고 그림을 도입해 왔다. 이에 따라 KT&G는 태국에 수출하는 'ESSE' 담뱃갑의 앞·뒷면에 85%가량의 경고 그림과 문구를 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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