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미국에서 유명 제약회사들이 약값을 갑자기 대폭 올리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환자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캐나다의 대형 제약회사 밸리언트의 윌슨병(구리 대사 이상으로 생기는 유전질환) 치료제인 큐프리민의 가격은 지난 2013년 2월 250mg 캡슐 100개에 888달러였으나 올해 7월 말 기준으로는 2만 6천189달러로 올랐다.
무려 30배 가까이 가격이 오른 것이다.
또다른 윌슨병 치료제인 사이프린은 250mg 캡슐 100개에 1천395달러에서 2만 1천267달러로 뛰었으며, 심장질환 치료제인 이수프렐은 0.2ml짜리 앰플 25개에 4천489달러에서 올 초 판권이 밸리언트에 팔린 뒤 3만 6천811달러로 폭등했다.
이런 사례는 얼마전 미국에서 유명 항생제 '다라프림'의 가격 폭등 문제가 정치적 논쟁으로까지 불거진 뒤 드러난 것이다.
시판된 지 62년이나 된 다라프림은 지난 8월 소유권이 헤지펀드 매니저가 운영하는 제약회사 튜링으로 넘어가면서 약 한 알 가격이 13.5달러에서 750달러로 폭등했다.
이에 환자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자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은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해당 제약회사를 비난했다.
그러자 뉴욕증시에서 바이오주가 일제히 급락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결국 튜링은 다라프림의 약값을 낮추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제약사들은 약의 효능과 가치 등을 두루 따져 약값을 결정하는 것이라며 항변하지만 결국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NYT는 지적했다.
미국이 다른 나라들과 달리 정부가 나서 약값을 통제하지 않는다는 점도 제약사들의 폭리를 가능케 한 배경이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윌슨병 치료를 위해 55년 동안이나 큐프리민을 복용해 왔다는 브루스 매니스(68)는 약 구입에 드는 비용이 지난 5월만 해도 한달에 366달러였으나 지금은 1천800달러로 늘었다.
그의 아내인 수전 매니스는 "남편은 이 약이 없으면 죽는다"면서 약값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NYT는 지난주 미 하원 정부감독위원회의 민주당 의원들이 밸리언트 관계자 소환을 추진하는 등 정치권에서 나설 움직임도 보이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 대선철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하면 대책 마련이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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