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은 가족 간 전파 가능성이 큰데도 환자 발생 이후 감염 검사를 받는 가족 접촉자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최근 산후조리원의 결핵감염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가천의대 소아청소년과 조혜경 교수팀은 2011∼2012년 사이 길병원에서 결핵균 감염에 의한 질환으로 치료받은 환자 253명과 가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3일 밝혔다.

이 조사결과를 담은 논문은 소아감염병학회에서 발간하는 학술지(PEDIATRIC INFECTION & VACCINE) 최근호에 발표됐다.

논문을 보면 연구팀은 253명의 환자가 결핵 진단을 받은 날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에 전화 설문을 하고 각각의 의무기록을 조사했다.

이 결과 환자들은 결핵 감염원을 모르는 경우가 92.8%(235명)에 달했으며, 감염원을 아는 환자 중 가족 내 감염원을 지목한 환자는 75%(18명 중 12명)였다. 가족 외의 감염원을 아는 경우는 25%(18명 중 6명)로 감염 장소로는 학교, 군대, 교회 등이 꼽혔다.

동거 중인 가족 구성원의 결핵 감염 검사 여부를 보면 검사를 받지 않은 경우가 50%(126명)에 달했다.

반면 모든 구성원이 검사를 받은 경우는 44%(111명)에 그쳤다. 이 밖에 일부 구성원이 검사를 받았다거나 검사 시행 여부를 모른다는 응답은 각각 4.4%(11명), 1.6%(4명)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처럼 결핵 감염에 대해 주의를 게을리한 1년 사이 총 562명의 가족 내 접촉자 중 7가족에서 8명(1.4%, 8/562)의 2차 감염자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아직 결핵이 발병하지 않았지만 치료를 받아야 하는 잠복결핵 감염도 13가족에서 15명(2.7%, 15/562)이 생겨났다.

가족 구성원이 검사를 받지 않은 이유로는 '증상이 없어서', '전염성이 없다고 들어서', '검사해야 하는지 몰라서' 등의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다행히 이번 조사에서는 가족 내 소아·청소년 접촉자 110명 중 2차 환자는 없었다.

결핵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감염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의 약 33%가 결핵보균자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결핵이 빈번하게 발생했던 국가로 현재까지도 국민의 30% 이상이 결핵보균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 10명 중 3명 이상이 잠재적 결핵 발병 가능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결핵은 일반적으로 호흡기 질환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잦은 기침, 가래 등으로 시작해 열이 나고 식은땀을 흘리며 쉽게 피로를 느끼고 체중이 감소하는 등의 증상이 더해질 수 있다. 감기몸살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결핵이 전파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심해지면 피를 토하거나 가슴통증, 호흡곤란으로 이어진다.

대체로 2∼3주 이상 기침과 가래가 지속하고 약을 먹어도 소용없을 때 의심할 수 있다. 보통 결핵이 폐질환이라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결핵은 폐뿐만 아니라 흉막, 림프절, 척추, 뇌, 위장, 신장 등 인체의 전 기관에서 발병할 수 있다.

원인은 결핵균 감염에 의한 것으로 에이즈, 만성 신부전증, 당뇨, 영양실조, 저체중 등이 있는 경우에 결핵 발병 확률이 높다. 보통 결핵환자를 접촉한 30% 정도가 결핵균에 감염되고 그중 10% 정도가 발병한다고 본다. 보통 폐결핵의 경우 흉부 엑스선(X-Ray) 검사와 객담 도말검사, 객담 배양검사 등의 결핵균 검사를 통해 진단이 가능하다.

결핵은 공기 중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예방이 쉽지 않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염성 결핵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를 받도록 함으로써 전파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이다. 아울러 반드시 생후 1개월 이내에 BCG 예방접종을 받아 소아 결핵을 예방해야 한다.

결핵균 감염자 중 일부만 결핵이 발병하기 때문에 발병 가능성이 큰 잠복결핵 감염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결핵접촉자에 대해서는 정부가 검사 비용 일체를 지원하는 만큼 환자 가족은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조혜경 교수는 "효과적인 결핵 접촉자 검진을 위해서는 환자의 가족 내 접촉자 검진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결핵 접촉자의 결핵 감염 상태를 검사하는 것은 2차 감염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감염원을 찾아낼 수 있다는 의미도 있는 만큼 결핵 접촉자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의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