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유가족은 그 이후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 등으로 병원 신세를 질 위험도가 일반 가족 구성원보다 최대 2.2배가량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김창수 교수팀은 2002~2003년 자살자가 있었던 가정의 40세 이상 가족 4천253명과 자살자가 없었던 같은 연령대 대조군 9천467명을 대상으로 가족 자살 전 1년 동안과 자살 후 1년 동안의 의료기관 이용 행태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가천대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조재림 교수와 이화여대 예방의학교실 정상혁 교수, 하버드의대 브링험 여성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 예방의학과 연구팀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연구결과는 유럽심장학회 공식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 최신호에 발표됐다.
논문을 보면 자살자의 유가족은 일반 가족 구성원보다 1년 내 심혈관질환으로 입원하는 비율이 남성은 1.3배, 여성은 1.2배가 각각 높았다. 또 당뇨병의 경우도 이런 비율이 남성은 2.2배, 여성은 1.8배에 달했다,
이같은 경향은 과거 1년간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 정신과질환으로 병의원을 방문한 한 적이 없는 사람에게서 뚜렷했다.
의료기관 이용 행태에도 변화가 관찰됐다. 1년간 병원에 다닌 적이 없던 가족 중에서는 가족 구성원이 자살한 이후 병의원 진료 횟수가 약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자살자가 없던 가족과 비교하면 병의원 진료 횟수가 최대 절반 수준에 그쳤다.
연구팀은 가족 구성원의 자살로 인한 사회심리학적 스트레스가 카테콜아민이나 코티솔과 같은 신체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를 높이고, 이게 심혈관질환이나 대사질환의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스트레스로 인한 흡연, 음주와 같은 생활습관 변화가 심혈관질환 과 대사 질환의 발병 위험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김창수 교수는 "자살자의 유가족은 병원은 잘 찾지 않아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고, 결국 증상이 악화된 이후에 입원을 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자살의 예방뿐 아니라 유가족 구성원의 정신건강, 심혈관·대사건강 측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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