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고생들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6.2시간으로, 미국 국립수면재단이나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권고하는 수면시간(8.5∼10시간)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이렇게 짧은 청소년들의 수면시간이 자살생각, 자살시도, 자살계획 등을 최대 2.5배까지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국내에서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10대 청소년들의 사망 원인 중 1위는 자살이다.
을지대 의료경영학과 유기봉 교수와 연세대 보건대학원 박은철 교수팀은 2011∼2013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 참여한 중·고생 19만1천642명을 대상으로 수면과 자살행동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결과를 영국에서 발간되는 국제학술지(BMJ Open) 최근호에 발표했다.
논문을 보면 하루 중 수면시간이 7시간이 채 안 되는 학생들은 7시간을 자는 학생들보다 자살생각을 한 비율이 1.5배 높았다. 반면 7시간을 넘겨 자는 학생들은 이런 자살생각 비율은 0.6배 수준으로 낮아졌다.
수면시간과의 이런 연관성은 자살행동이 좀 더 구체화한 '자살계획'에서도 비슷했다.
그러나 하루 7시간이나 그 이상을 자더라도 기상 시간이 아침 7시를 기준으로 더 일찍 일어나거나 늦게 일어나면 자살생각이 각각 1.2배, 1.5배 증가했다. 특히 7시 이전에 일찍 일어날수록 자살시도, 자살계획의 위험도는 더 높았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자살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었다.
취침시간을 밤 11시를 기준으로 했을 때 이보다 빠른 9시나 10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면 자살생각은 1.7배, 자살계획은 2.5배, 자살시도는 1.3배가 각각 증가했다.
새벽 2시를 넘겨 잠자리에 들어도 자살시도는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종합적으로는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하루 7∼8시간이면서 취침시간은 11시, 기상시간은 7시일 때 청소년들의 자살관련 행동의 위험도가 가장 낮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유기봉 교수는 "외국의 연구결과와 마찬가지로 청소년기 부족한 수면시간이 자살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분석된 데 의미가 있다"면서 "학업에 치중하느라 어려운 여건이지만 중고생들이 하루 7시간 이상의 적정 수면시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학교와 가정에서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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