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류액과 마취제를 섞은 액체를 '만병통치약'으로 속여 말기 암 환자에게까지 투약한 무자격 의료인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혐의(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로 조모(60)씨를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조씨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서초구 청계산 인근 찻집과 전국 사찰, 기업체 등에서 환자 440여명에게 침과 주사기 등으로 불법 의료행위를 하고서 치료비 명목으로 1억원가량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3대째 의료행위를 하는 집안 출신', '건강 관련 협회 회장' 등으로 자신을 홍보하면서 전국 각지 사찰과 기업체 등을 돌며 강연하고 침을 시술했다.

조씨는 침에 마취제인 리도카인을 발라 시술, 환자 입장에서는 일시적으로 통증이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이 때문에 조씨는 마치 유능한 의료인인 것처럼 입소문을 탔다.

그러나 조씨에게는 의료인 자격증이 없었고, 그가 회장을 맡았다는 협회는 무면허 의료인의 모임 수준이었을 뿐 실체가 없는 단체로 드러났다.

조씨는 강연을 다니며 알게 된 이들로부터 말기암 등 중병 환자들을 소개받아 자신이 개발한 '만병통치약'이 있다고 속여 투약한 뒤 치료비를 받기도 했다.

그가 개발했다는 약은 산삼이나 인삼가루를 보드카로 증류한 액체를 리도카인과 섞은 것으로 치료 효능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에서는 해당 약품에서 인삼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 조씨가 실제로 그런 약재를 썼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이런 약품을 미끼로 조씨가 접근한 환자 가운데는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그에게 치료를 맡긴 이도 있었다.

조씨는 이 환자에게 "100일 안에 암을 완치하고 걸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속여 올 3월부터 8월까지 5천만원을 받고 불법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른바 '만병통치약'을 주사기를 이용해 직접 이 환자에게 투약하기까지 하는 등 위험한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환자는 완치는커녕 8월27일 사망했다.

유방암 말기인 한 여성도 조씨에게 2천만원을 주고 유방 부위에 직접 주사기로 해당 약물을 투약하는 치료를 받았으나 효과가 없어 결국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전문가들에게 문의한 결과 유방 부위에 직접 이같은 약물을 주사했다가 자칫 해당 약물이 혈관을 거쳐 심장으로 유입되면 심장마비가 올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조씨가 이같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오래전부터 해왔을 것으로 보고 추가 피해를 파악하는 한편, 일반에 유통되지 않는 리도카인이 조씨에게 흘러들어 간 경위도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말기 암 등 절박한 처지에 놓인 환자들을 '자체 개발한 약' 등으로 완치할 수 있다고 속여 비싼 치료비와 약값을 요구하는 사기행위가 종종 발생한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전문 의료인들과 상담하는 쪽이 안전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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