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가뭄에 견디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메커니즘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규명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윤대진 경상대 교수 연구팀이 식물체가 가뭄 등의 외부 환경변화·스트레스에 잘 견디게 해주는 단백질을 발견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 8월 28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유카'(YUCCA) 단백질을 식물체 내에 대량으로 발현시키면 환경 변화로 스트레스를 받은 식물체 내에 다량의 활성산소가 발생해도 식물이 이를 잘 견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유카 단백질은 당초 식물의 생장·발달에 관여하는 식물 호르몬인 '옥신'을 합성·조절하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었는데 이런 기능과 관계없는 특성이 나타난 것이다.

활성산소는 외부 환경 스트레스 때문에 생기는 세포 내 독성물질로, 심각하면 세포의 사멸을 유도한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유카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유카 단백질에 활성산소의 생성을 억제하는 효소 단백질로 알려진 '티올 리덕테이즈'와 유사한 유전 영역이 있기 때문임을 밝혀냈다.

티올 리덕테이즈는 활성산소의 생성을 억제해 활성산소의 양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는 효소다.

가뭄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식물 내에 활성산소가 증가해 세포에 독성을 주는데 티올 리덕테이즈의 기능을 지닌 유카 단백질을 식물체에 대량으로 발현시키면 활성산소가 제거돼 가뭄에 잘 견딜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논문의 공동 제1저자인 차준영 경상대 선임연구원은 "유카 단백질이 옥신의 합성뿐 아니라 티올 리덕테이즈와 비슷하게 활성산소 억제 기능까지 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유카 단백질이 많아지면 다른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성도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대진 교수는 "식물의 가뭄 내성 메커니즘의 비밀을 분자 수준에서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며 "이를 활용해 식물의 생산성을 높이면 미래 기후변화 등에 따른 인류의 식량난 해결에 공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부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자 지원)과 농촌진흥청 차세대바이오그린21 사업을 통해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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