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높은 밸류에이션(평가가치)에 대한 부담으로 조정을 받은 제약주가 8일 또다시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의약품 업종 지수는 5.68% 하락해 업종 지수 가운데 가장 낙폭이 컸다.

의약품 대표주인 한미약품이 급락하며 제약주 전반이 흔들렸다.

한미약품은 전날보다 5만4천원(14.54%) 내린 31만7천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 16%대의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연초 10만원대에 불과했던 한미약품의 주가는 상반기 제약주의 고공 행진을 이끌며 지난 7월29일 장중 60만6천원까지 치솟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기대에 못 미친 2분기 실적 발표와 대외 불안에 따른 국내 증시의 부진이 겹치며 최근 내림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부산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 357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은 데 이어 금융당국의 불공정 거래 수사 소식 등의 악재가 더해지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됐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의 주가는 연중 고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한미약품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도 전날보다 2만1천원(15.11%) 내린 11만8천원에 장을 마쳤다.

대표주가 흔들리자 제약·바이오주도 또다시 동반 하락했다.

환인제약이 7.94% 하락한 것을 비롯해 LG생명과학(-7.39%), JW중외제약(-6.83%), 대원제약(-6.78%), 일동제약(-6.57%), 한올바이오파마(-6.57%), 국제약품(-6.51%) 등이 줄줄이 내림세였다.

코스닥시장에서 제약 업종 지수도 3.73% 하락했다.

대한뉴팜이 전날보다 11.75% 하락했으며 오스코텍(-9.12%), 펩트론(-8.51%), 휴온스(-8.48%), 제노포커스(-8.21%), 안국약품(-6.55%), 코미팜(-5.65%), 대한약품(-4.98%) 등이 동반 하락했다.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2.96%)을 비롯해 메디톡스(-6.21%), 코오롱생명과학(-5.26%) 등 시가총액 상위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고평가 부담이 여전히 제약·바이오주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내 제약 업종의 주가 수익률은 50.6%로 미국(4.2%)과 일본(17.8%)보다 높다. 한미약품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96.01배다.

김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제약 업종의 밸류에이션은 이미 과거 10년 역사적 고점보다 높거나 고점과 가까운 상황"이라며 "연구개발(R&D) 성과가 나타날 수 있는 업체들로 포트폴리오를 압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현 제약업종 주가는 신약 파이프라인 가치의 재평가 등 기초여건(펀더멘털) 변화를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며 제약업종에 대해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최근의 주가 하락으로 제약·바이오 업종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줄었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김태희 현대증권 연구원은 "종목별로 기술수출, 실적개선 등 긍정적인 모멘텀이 여전히 존재하는 데다 다른 섹터에 비해 성장성이 높다는 점도 상당한 프리미엄 요인"이라며 "현 수준의 밸류에이션은 부담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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