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이 떨어지는 '조현병' 환자들이 급성기 치료 후에도 사회 적응력이 떨어지는 것은 뇌의 특정 부분이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과거 정신분열병으로 불리던 조현병은 세계 인구의 1%가 앓는 질환으로 망상, 환각,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말과 행동, 대인 관계 회피, 무표정, 의욕상실 등의 증상이 대표적이다. 이런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하면서 사회·직업적인 문제를 가져올 때 조현병으로 진단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재진 교수팀은 증상이 호전돼 안정기에 접어든 조현병 환자 17명과 일반인 19명을 대상으로 가상현실 실험을 하면서 MRI(자기공명영상)로 뇌기능을 비교 관찰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정신약물&생물정신의학(Progress in Neuro-Psychopharmacology & Biological Psychiatry) 최근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이 가상현실 속 아바타가 말하는 여러 대답을 듣고 1초 안에 상황에 적절한지를 판단해 마우스 버튼을 누르게 했다. 그런 다음 이들의 뇌를 MRI로 계속 촬영해 뇌의 변화를 관찰했다.

이 결과 조현병 환자군은 아바타가 상황과 감정에 부적절한 말을 했을 때 뇌의 인지기능을 조절 통제하는 '복외측전전두피질'(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 영역의 활성이 정상인보다 유의하게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해당 영역의 활성이 낮아질수록 조현병 증상의 심각도가 증가하고, 사회 기능 수준은 감소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또 정상인의 경우 가상현실 속에서 아바타가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했을 때 타인의 의도를 파악하는 뇌부위인 '상측두 고랑'(superior temporal sulcus)에 변화가 생겼지만, 조현병 환자는 이 영역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김재진 교수는 "조현병 환자들의 사회성 저하가 뇌 특정 부분이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점을 가상현실 실험과 MRI 촬영으로 규명한 데 의미가 있다"면서 "따라서 급성기를 지난 조현병 환자들의 원활한 사회 적응을 위해서는 가상현실치료를 접목한 사회성 증진 훈련이 도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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