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과 면도기를 함께 쓰는 것만으로도 'C형간염' 감염위험이 최대 3.3배까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피어싱을 했거나 성 상대가 4명 이상이면 이런 감염 위험이 6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C형간염은 혈액이나 체액을 매개체로 전염되는데, 대부분 초기에 증상이 없지만 성인에게 감염되면 75% 이상에서 만성화된다. 간경화 환자의 12%, 간암 환자의 15%가 만성화된 C형간염이 원인이다. 학계에서는 국내 C형간염 환자의 유병률이 전 국민의 1%(약 60만명) 이상에 달하는 등 점점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 기모란 교수팀은 C형간염바이러스(HCV) 감염 유병률이 전국 평균보다 갑절 이상 높은 부산과 경남, 전남지역의 병원에서 C형간염으로 치료 중인 환자를 대상으로 감염 위험도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연구팀은 행위별 C형간염 바이러스 감염 위험도를 보고자 C형간염 환자와 연령, 성별이 같은 두명의 대조군을 함께 짝을 지워 평소 생활습관을 비교했다. 대조군으로는 C형간염이 아닌 다른 질환으로 같은 병원에서 치료 중인 '환자대조군'과 건강검진 대상자 가운데 C형간염이 없는 '건강대조군'이 각각 선정됐다.

총 234쌍을 대상으로 한 분석결과 타인의 면도기를 함께 쓰는 행동은 환자대조군, 건강대조군과 비교하면 C형간염에 걸릴 위험을 각각 2.4배, 3.3배 높이는 요인이었다.

또 성 상대가 4명 이상이면 C형간염에 걸릴 위험이 각각 2.2배, 6.9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모란 교수는 "C형간염에 감염된 환자 중에서 평상시 타인의 면도기를 쓰거나 무절제한 성생활을 했던 경우가 그만큼 더 많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환자대조군과 C형간염 환자의 생활습관을 비교했을 때 항만업 종사자 접촉(1.9배), 문신(2.2배)도 C형간염 감염위험을 높이는 요인이었다.

건강대조군과 비교하면 수혈(5.4배), 출혈성 수술(5배), 침술(2.1배), 피어싱(5.9) 등이 C형간염 감염의 유의한 위험요인으로 지목됐다. 이외에 주삿바늘에 의한 손상과 주사용 마약류 사용 등도 위험요인인 것으로 연구팀은 파악했다.

기모란 교수는 "생활 속에서 C형간염을 예방하려면 면도기를 공용으로 쓰거나, 목욕탕 등에서 다른 사람의 면도기를 사용하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문신이나 피어싱이 C형간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교육을 강화하고, 병의원에서는 주삿바늘에 의한 손상에 좀 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대한소화기학회지(Gut and Liver)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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