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색깔로 약물을 만들면 환자의 '복약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복약순응도란 환자가 의료진의 처방과 지시를 정확히 따르는 정도를 뜻한다.
가톨릭대학교 약학대학 임성실 교수 등은 서울 소재 종합병원 성인 환자 150명에게 '좋아하는 색깔로 약을 바꿨을 때 약을 더 잘 먹게 될 것으로 보는지'를 묻자 응답자의 50%가 '그렇다(40.7%)'와 '매우 그렇다(9.3%)'를 선택했다고 11일 밝혔다.
'보통이다'를 선택한 응답자는 24.3%였고 '도움되지 않는다(16.4%),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9.3%)'고 부정적으로 답한 응답자는 25.7%에 그쳤다.
약의 효능은 먹는 사람이 용량·용법을 얼마나 잘 지키는지에 달렸다. 일반적으로 약의 효과와 안정성은 복약순응도가 80% 이상일 때 입증된 결과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혹은 적게 먹거나, 제시간을 놓치거나, 아예 먹지 않는 등 환자의 복약 순응도가 떨어지면 약은 제 효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의료계에서는 복약 순응도를 올리려고 처방을 최대한 단순화하고, 알람 시계 사용을 권장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번 연구에서는 약의 색깔도 복약순응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고 환자들이 약물 색깔로 가장 선호하는 색이 무엇인지 살폈다.
그 결과 약물의 색깔로 흰색(40.9%)을 선호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노랑(16.7%), 초록(13.6%)이 그 뒤를 이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복용하는 약 대부분이 흰색이어서 선입견이 작용했거나, 흰색에서 깨끗하고 위생적인 이미지가 느껴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흰색 다음으로 선호되는 노란색이나 초록색이 복약순응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성질환으로 우울해진 환자에게는 노란색을, 약해진 건강 때문에 불안함을 느끼는 환자에게는 초록색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일반적으로 노란색은 '자극 효과'를, 초록색은 '진정 효과'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의 종류에 따라 선호하는 색깔에는 다소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럽형 약은 흰색(30.3%), 주황색(20%) 순으로 선호하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비타민 약은 노란색(45.8%)과 주황색(18.1%)을 고른 응답자가 많았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색채에 대한 선호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약물 치료에 순응하는 행동을 유도하고 약물 치료 효과를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 내용을 담은 논문 '복약순응도 증진을 위한 환자 대상 약물 색채선호도에 관한 기초연구'는 2015년 약학회지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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