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기준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3명 중 1명꼴로 당뇨병 환자이거나 잠재적 당뇨 고위험군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9일 질병관리본부의 주간 '건강과 질병'에 실린 '우리나라 당뇨병의 현황과 중재연구의 필요성'이란 연구보고서(연구자 가톨릭의대 내분비내과 권혁상, 국립보건연구원 김원호·이대연·박상익)를 보면, 우리나라 당뇨병 유병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연구팀은 대한당뇨병학회의 '당뇨병 관련 역학자료 분석결과'와 질병관리본부의 최근 당뇨병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당뇨병학회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2009~2013년 최근 5년간 국내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증가 추세를 보였다. 특히 남자에게서 뚜렷한 증가 양상을 나타냈다. 2013년 기준으로 30세 이상 성인의 11.9%(약 320만명)가 당뇨병 환자로 파악됐다. 30세 이상 성인 8명 중 1명꼴이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 52.8%로 가장 많았고, 50대 12.6%, 30~40대 9.8% 등이었다.

더 큰 문제는 당뇨병 전 단계(pre-diabetes) 상태의 고위험군에 속하는 공복혈당장애 인구가 30세 이상 성인의 24.6%(약 660만명)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당뇨병과 당뇨병 전 단계를 합치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3명 중 1명(약 1천만명)이 당뇨병 혹은 잠재적 당뇨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는 말이다.

당뇨병학회는 연도별 당뇨병 유병률이 2001년 8.6%에서 2010년 10.1%, 2013년 11.9% 등으로 증가한 추세를 볼 때 2050년에는 당뇨병 환자가 591만명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당뇨 대란'이란 말이 절대 과장된 표현이 아닐 만큼 현재보다 약 2배로 증가한 수치다.

1970년대 초만 해도 우리나라 당뇨병 유병률은 전 국민의 약 1.5%로 현재의 8분의 1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불과 40년 사이에 약 1천만명이 당뇨병 혹은 잠재적 당뇨병으로 추정될 정도로 당뇨병이 급증한 셈이다.

연구팀은 생활습관이 서구화하면서 비만 인구가 갑자기 증가한 게 당뇨병 급증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평균 비만도를 20년 전인 1990년대 중반과 비교해보면, 당뇨병으로 새로 진단받은 환자의 체질량지수(BMI, ㎏/㎡)는 정상범주인 23에서 최근에는 비만의 범주인 25를 넘어 25.2로 조사됐다.

또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4분의 3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한데도, 당뇨병 환자이면서 자신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른바 '당뇨병 인지율'은 73.1%에 불과했다.

특히 30대와 40대의 당뇨병 인지율은 각각 45.7%, 55.6%에 그쳤다. 이는 30~40대 당뇨병 환자의 약 60%가 자신이 당뇨병 환자라는 사실 자체를 모른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당뇨병학회 분석결과,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6.5%만이 혈당과 혈압, 콜레스테롤(지질) 수치를 권장 수치대로 관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당뇨병은 일단 발생하면 어떤 치료 방법을 쓰더라도 혈당을 조절하기 어려우며 완전히 나을 수 없다. 집중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진행과정에서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하는 만성질환이다.

당뇨병과 당뇨병 관련 합병증의 증가는 의료비 상승을 불러와 개인뿐 국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당뇨병은 단일질환 중에서 부담비중이 가장 높은 질병이다.

연구팀은 따라서 "당뇨병은 발병하기 전에 예방하는 게 최선"이라며 "술과 담배를 멀리하고 식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등 당뇨병 예방과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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