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고 진이 빠지고 끝이 없다. 이제 다 끝났으면 차라리 좋겠다는 생각마저 하게 됐다."

호주 여성 샌드라는 거의 15년 동안 집에서 아버지를 병구완하면서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쳤다. 자신과 함께 살고 있을 때 아버지는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았고, 그 이후로 단 하루만 밤새 집을 비웠을 뿐이다.

샌드라는 특히 아버지가 음식을 거부할 때는 그가 세상을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이제 남들이 자신이 돌보던 가족을 죽이는 것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한다.

이런 샌드라는 치매에 걸린 가족이 속으로는 죽기를 바라면서도 말도 못 꺼내는 병구완 보호자 중 한 명으로, 이들의 고통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사실이 연구결과를 통해 드러났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가 23일 보도했다.

신문은 호주 그리피스대학 멘지스 보건연구소 연구팀의 이번 연구 논문이 치매에 걸린 가족을 도맡아 돌보는 보호자의 실태를 처음 조사한 것이라며 이들 보호자는 믿기 어려운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 결과 조사 대상자의 거의 20%는 자신들이 돌보는 사람을 말로 혹은 물리적으로 학대한 경험이 있었다. 또 같은 비율의 사람이 치매에 걸린 가족이 죽기를 바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일부는 죽이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연구팀의 쇼반 오드와이어 박사는 "이들 중 누구도 우리 연구팀에게 말하기 이전에는 자신들의 경험과 생각을 실제로 공유한 적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또 "조사 대상자 대부분은 가족 한 사람이 진단을 받으면 다른 가족들은 연락을 끊었고 친구들도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보호자들의 고립된 현실을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특히 자신이 돌보는 사람의 죽음에 대해 생각한 사람은 대개 여성이었지만 그들을 죽이고 자살한 사건 대부분은 남성이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오드와이어 박사는 "여성은 생각에 그치지만, 남성들은 생각을 그대로 밀고 나가는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며 "남성 호보자들이 말하기를 단지 기다린다면 그것은 이미 때늦은 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치매 지원단체 '알츠하이머 오스트레일리아'(Alzheimer's Australia)의 캐럴 베네트는 호주인 120만명이 이미 치매를 앓는 누군가를 돌보고 있다며 유급이든 무급이든 2029년까지 15만명의 간병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노화와 정신건강'(Aging and Mental Health)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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