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상실의 주된 원인이 되는 노인성 황반변성(AMD)으로 주변시력만 갖고 있던 영국의 80세 남성이 인공망막 삽입으로 중심시력을 되찾았다.
망막색소변성증(RP) 환자를 대상으로 인공망막 삽입 수술이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주변시력만 갖고 있던 황반변성 환자가 이 같은 방식으로 중심시력을 회복한 건 처음이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맨체스터에 사는 연금생활자 레이 플린(80)이 노인성 황반변성으로 8년간 잃었던 중심시력을 인공망막 삽입 수술로 되찾았다.
지난달 맨체스터 대학 안과 교수 겸 맨체스터 왕립안과 병원 망막전문의 파울로 스탄카의 집도로 4시간에 걸쳐 진행된 수술에서 플린은 미국의 세컨드 사이트 메디컬 프로덕츠사(社)가 개발한 인공망막 '아르구스2'를 이식 받았다.
이 시스템은 환자가 쓰고 있는 안경에 장착된 소형 카메라가 영상 이미지를 확보해 전기자극으로 전환하고 전기자극이 망막의 신경세포를 자극해 뇌에서 빛의 패턴을 인식하게 해준다.
인공망막 삽입 수술 2주 후 실시한 테스트 결과 플린은 사람의 윤곽과 사물의 형체를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탄카 교수는 "테스트 결과는 성공적" 이라며 "주변시력으로 보는 건 매우 피로하고 지치는 일이기때문에 플린의 진전은 주목할 일"이라고 평했다.
노인성 황반변성 환자가 인공망막으로 중심시력을 되찾은 것은 처음이다.
인공망막 삽입술은 그간 희소질환인 망막색소변성증 환자 130여 명에 성공적으로 시술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플린은 또 자연적인 주변시력과 인공적인 중심시력을 동시에 보유한 첫 사례가 됐다.
황반은 망막 중심부의 신경조직으로 이곳에 변화가 일어나 시력 장애를 일으키는 황반변성은 시력 상실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전 세계에 황반변성 환자는 2천5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주변시력에 의지해 불편한 생활을 해왔던 플린은 기뻐했다. 인공망막 시스템에 적응 중인 플린은 "그전에는 정원의 나무를 보면 눈 한복판에 벌집이 있는 것 같았는데 다 없어졌다. 정원 산책도 하고 사물도 본다"고 말했다.
플린이 더 기쁜 것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편히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맨유 경기장인 올드트래포드를 정기적으로 드나들었던 열혈팬 플린은 지금까지 맨유 경기를 꼬박꼬박 시청해왔다.
플린의 남동생 피트(77)는 형이 텔레비전 정면에 앉지 못하고 특정한 각도의 자리를 찾아 주변시력으로 안간힘을 쓰며 경기를 봐왔다면서 형과 편하게 맨유 경기를 보게 됐다고 즐거워했다.
플린은 시력이 확실히 나아졌다면서 아직 외출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노력해 시스템에 적응하겠다고 말했다.
Copyright © 의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