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 비타민C 결핍이 태아의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물실험 결과가 제시됐다.
서울의대 해부학교실 이왕재·강재승 교수와 김혜민 박사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결과를 미국서 발행되는 항산화 의학 분야 학술지인 '활성산소학회지'(ARS, Antioxidant & Redox Signaling)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17일 밝혔다.
보통 발달 단계에 있는 태아의 뇌는 성장 속도가 매우 빨라서 많은 산소가 필요하다. 하지만, 항산화 보호 시스템이 미성숙해 활성산소에 의한 손상에 매우 취약하다.
이번 연구는 항산화 물질인 비타민C가 활성산소로부터 뇌를 보호해 주고, 임신부의 비타민C 섭취와 체내 비타민C의 양이 태아의 뇌 발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가설을 전제로 했다.
연구팀은 사람처럼 체내에서 비타민C를 합성하지 못하게 만든 실험군 생쥐에 임신기간(3주) 중 2주간 비타민C를 투여했다. 생쥐는 사람과 달리 비타민C를 체내에서 자연 합성한다.
반면 제1대조군에는 임신 기간에 걸쳐 비타민C를 투여하고, 비타민C 합성을 막지 않은 제2대조군과 함께 출산 과정을 관찰했다.
그 결과 제1대조군과 제2대조군은 평균 7~8마리의 새끼를 낳았지만, 실험군은 평균 3~4마리에 그쳤다.
대조군에서 출산한 새끼들은 모두 건강했다. 그러나 실험군에서는 유산이나 사사한 새끼의 비율이 50~60%에 달했고, 생존해도 출혈 때문에 심각한 뇌손상을 동반한 경우가 78%나 됐다.
특히 뇌 부위 중에서도 운동기능과 관련된 소뇌의 구조적인 변화가 뚜렷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정상적으로 성장한 생쥐라도 성장 후 비타민C를 지속적으로 결핍시키면 소뇌에 기능적 손상이 생겨 운동 기능 장애가 발생한다는 사실도 규명했다.
이왕재 교수는 "임신기간에 모체의 비타민C 결핍이 태아의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고, 성장과정에서도 비타민C 결핍이 운동기능 장애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으로 처음 규명한 연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교수는 "임신부는 임신기간에 음식이나 보충제로 비타민C를 섭취하면서 정상 수준의 비타민C 농도를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재승 교수는 "뇌는 혈액보다 비타민C를 50~250배 더 많이 저장하는 장기로, 비타민C는 단순히 활성산소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역할뿐 아니라 뇌의 발달과정과 기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사람에서 비타민C의 역할을 보기 위한 공동 연구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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