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의 폐해를 연구해온 세계적인 석학이 한국의 담뱃값은 소득 수준에 비해 여전히 저렴한 편이라는 의견을 밝혀 주목된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국제 보건연구소장 조너선 사멧 교수는 16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한국의 담뱃값이 2천원 정도 오른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 국민의 소득을 고려하면 가격 한계선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멧 교수는 "보통 담뱃값 10%를 올리면 흡연율이 4% 정도 떨어진다"며 "흡연율을 더 낮추려면 가격을 더 올리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의대의 마이클 커밍스 교수도 "미국의 담배 1개비는 40∼60센트(400∼600원) 정도"라며 "한국에서도 담뱃값에 세금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고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 의대의 스탠턴 글랜츠 교수 역시 "담뱃값을 올리면 흡연율은 떨어지게 돼 있다"며 "더 많이 올리면 금연 효과가 더 뛰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멧 교수는 미국 흡연 관련 연구 7천여 건을 검토해 흡연이 폐암의 원인임을 밝혀낸 과학자다. 커밍스 교수는 미국 담배 소송 법정에 100번 넘게 전문가 증인으로 나선 '니코틴 중독 전문가'로 유명하다.
글란츠 교수는 담배 회사가 담배의 중독성을 알고도 이를 더 높이고 있다는 내용의 내부 문건을 폭로한 경험이 있다.
이들은 '담배 소송'을 진행하는 건강보험공단의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글란츠 교수는 이날 심포지엄에서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 담배 소송에서 담배 회사들이 패배하기 시작한 이유를 꼽아 주목을 받았다.
글란츠 교수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개별 흡연자가 아닌 주정부나 연방 정부 등이 흡연자 측 소송 당사자로 나서면서 원고(흡연자 측)의 승소 비율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기존에 개인·개별 로펌 등이 소송을 진행하면서 끈질긴 담배 회사의 공격에 무너지는 일이 많았으나, 정부 등이 개입하면서 소송 끝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것이다.
글란츠 교수는 "한국에서도 건강보험공단이 소송에 참여하면서 승소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60년 동안 소송을 경험한 담배회사를 이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시민단체, 학계, 보건복지부 등이 수많은 자료를 만들어야 승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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