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경유한 병원으로 명단이 공개된 서울 중구 하나로의원이 20여 일 만에 결국 문을 닫았다. 이는 메르스 발생·경유 의료기관으로 공개된 병원 중 첫 폐업 사례다.

9일 서울 중구청에 따르면 하나로의원은 이달 1일자로 중구 보건소에 폐업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 병원은 지난달 7일 정부가 처음으로 공개한 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경유 병원 24곳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메르스 확진 환자 1명이 지난달 2일 이 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현재까지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했거나 거쳐 간 병원 가운데 폐업 신고를 한 곳은 하나로의원이 유일하다.

하나로의원은 폐업신고를 하면서 보건소 등에 구체적인 폐업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메르스 병원'이란 낙인에서 비롯한 경영난 때문으로 보인다.

하나로의원이 입주했던 상가에서 일하는 유모(57)씨는 "병원 원장이 정부 발표 이후 환자가 줄어 힘들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다"고 말했다.

병원 위치가 메르스 환자가 격리치료를 받는 국립중앙의료원 인근이라는 점도 환자들이 이 병원을 기피하는 데 영향을 줬다는 관측도 있다.

정부의 메르스 병원 지원 대상에 하나로의원이 빠진 점도 폐업의 한 이유가 된 것으로 추측된다.

중앙메르스대책본부는 이달 4일 메르스 사태 이후 경제적 손실을 본 21개 병원에 모두 16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1개 병원 명단에 하나로의원의 이름은 없었다.

현재 하나로의원이 있던 곳에는 다른 병원이 개원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로의원 외에도 메르스 환자 발생·경유 병원은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

일부 개인 의원은 병원명이 공개되자마자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렸고, 이후 외래 환자가 급격히 감소하는 등 타격을 입었다.

대형병원들도 메르스 이후 직원들의 급여 일부를 지급하지 못하는 등 직접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중구 보건소 관계자는 "메르스 환자 경유 병원으로 발표된 개인 의원 중에는 환자가 왔을 때 모범적으로 잘 대처해 확산을 막는 데 이바지한 곳도 많다"며 "그런데도 일반에서는 괜한 공포감 때문에 해당 병원을 피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다수 개인병원은 이미 잠복기도 지났기 때문에 메르스 감염 위험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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