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에 대한 혈액검사로 뱃속 태아의 유전성 근육병을 미리 알아내는 검사법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세계 처음으로 개발됐다.

서울대병원은 유전성 근육질환인 '듀센형 근이영양증' 환자의 가계에서 태아의 발병 여부를 예측하는 새로운 진단법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이 병원 소아청소년과 임병찬·채종희 교수팀, 산부인과 박중신 교수, 서울의대 생화학교실 서정선·김종일 교수팀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임상화학회지'(Clinical Chemistry) 6월호에 발표됐다.

듀센형 근이영양증은 남아 3천500명당 1명꼴로 생기는 질환이다. 시간이 갈수록 근력이 약화하면서 12살 정도가 되면 아예 걸을 수 없게 돼 침상에 누워 지내야 한다. 20살이 넘어서는 호흡 근육의 약화에 의한 호흡마비로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질환은 가계에 확진 환자가 있고, 엄마가 보인자(保因者)인 경우 다음에 출산한 남자 아이가 이 병을 가질 확률이 50%나 되는 'X염색체 열성 유전질환'으로 꼽힌다.

기존에는 임신 12~20주에 융모막검사나 양수검사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긴 관을 산모의 자궁에 삽입하거나 긴 바늘을 배에 찔러야 했기 때문에 검사에 대한 부담이 컸었다. 또 100명당 0.5~1명꼴로 유산의 위험이 있고, 때에 따라 반복 시행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연구팀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을 이용해 산모혈액에 섞여 있는 극소량의 태아 유전자를 분석했다. 이중 듀센형 근이영양증의 원인 유전자인 '디스트로핀'의 이상 유무를 진단하는 방식으로 질환을 진단하는 데 성공했다.

채종희 교수는 "임신부의 혈액에 들어 있는 태아 유전자를 가려내는 산전진단법은 전 세계적으로 개발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면서 "듀센형 근이영양증과 유사한 유전양식을 보이는 다른 X 염색체 열성 유전질환의 산전 진단에도 확대 적용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보여 후속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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