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의료 분야를 독립시켜 별도의 부서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일부에선 이 같은 방향의 조직 개편이 메르스 사태의 본질과 직접 관련이 없는 얘기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대한약사회는 6일 오후 2시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의료 분야를 독립시키고 메르스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할 계획이다.

의료 단체들은 메르스 사태에 대한 부실 방역의 기저에 보건복지부 내 복지 분야와 보건 분야의 불균형이라는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복지와 보건의료 분야를 아우르며 지나치게 넓은 범위를 포괄하고 있어 제대로된 보건의료 정책을 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올해 전체 예산은 53조4천억원 규모다. 이 중 보건의료예산(건강보험 제외)은 4% 수준인 2조3천800억원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가 복지와 보건의료를 총괄하는 부처이긴 하지만 직원 740명 중 의사출신은 18명 뿐이며 과장급 이상도 5명밖에 없다. 의사출신 인력이 부족한 만큼 전문지식이 필요한 의료관련 부서의 상당수는 행정고시 출신 관료들이 맡고 있다.

이번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경제학을 전공한 국민연금 전문가이며 장옥주 차관은 행정고시 출신의 관료다.

의협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에서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배경에는 복지쪽에 지나치게 치우쳐있는 보건복지부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분리하자는 주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서 보건 분야의 비중이 지나치게 작아 이 분야를 담당하는 별도의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 메르스 사태 이전부터 보건의료분야 직능단체와 이 분야 시민사회단체 모두에게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다만 현 시점에서 보건복지부에서 보건 분야를 분리하자는 주장이 감염병 방역 체계 강화와 관련한 실질적이면서도 중요한 문제를 덮어버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시민사회도 보건분야 정책 강화를 위해 보건복지부를 분리하거나 그 안에 보건의료를 담당하는 제2차관을 둬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하고 있다"며 "다만 그게 메르스 이후의 대책을 논의할 때 중심적인 문제인지는 모르겠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 국장은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이 마련돼야 하며 여기에는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각 부처로 흩어져있는 공공의료기관의 거버넌스를 일원화하는 것도 포함된다"며 "정작 중요한 후속대책들이 이런(보건의료 담당 부처 신설) 이슈에 묻혀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한 의료계 인사는 "보건과 복지의 전문성이 워낙 다르니 복수차관제를 도입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다만 관련 논의가 메르스 후속 대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는 아니다"고 했다.

해당 분야의 거버넌스 체계 강화나 격상 등은 대형 사건이 터지면 항상 제기되는 주장이다. 복지부가 메르스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음에도 보건의료 분야의 정부 조직이 커지는 '수혜'를 입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지금의 질병관리본부는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을 겪은 다음해인 2004년 국립보건원의 조직이 확대되면서 발족했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는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보건복지부 고위공무원 출신 한 인사는 "조직을 강화하는 것과 잘못을 묻는 것은 다른 차원"이라며 "복지부가 이번 사태의 원흉이니 해체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사태 이후 안전행정부가 행정자치부, 국민안전처, 인사혁신처로 깨졌지만 이들 부처는 이번 메르스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냉정하게 어떤 모습의 조직이 제2의 메르스를 잘 막을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의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