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중 어느 쪽이 통증을 잘 견디느냐를 둘러싼 논쟁은 '출산'이라는 말 하나로 싱겁게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통증에 더 민감하고 만성 통증도 많다는 사실이 연구 결과 확인되고 있다.
그 이유로는 호르몬의 차이와 사회-문화적 요인들이 흔히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남녀의 통증 메커니즘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맥길 대학 의과대학 통증전문의 제프리 모길 박사는 사람과 신경계가 매우 흡사한 쥐 실험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고 영국의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과 의학뉴스 포털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29일 보도했다.
오래전부터 알려져 온 통증 메커니즘은 뇌와 척수에 있는 면역세포인 소교세포(micrglia)가 상처 또는 염증 부위로부터 통증을 신경계를 통해 뇌에 전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쥐 실험에서는 이 메커니즘이 숫쥐에게서만 확인되고 암쥐에게서는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고 모길 박사는 밝혔다.
통증에 매우 민감한 쥐들에 소교세포를 억제하는 약을 투여한 결과 숫쥐에게서만 통증완화 반응이 나타나고 암쥐들은 통증 민감성에 전혀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환경과 조건을 바꾸어 가며 실험을 거듭했지만 결과를 똑같았다. 숫쥐는 통증이 진정되고 암쥐는 여전한 통증으로 펄펄 뛰었다.
모길 박사는 암쥐는 소교세포가 아니고 또 다른 면역세포인 T세포가 통증을 전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암쥐로부터 T세포를 제거하자 숫쥐가 사용하는 통증 전달 소교세포가 작동하고 T세포를 다시 주입하자 소교세포가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지난 15년 동안 과학자들은 소교세포가 통증의 강도를 조절하는 '볼륨 놉'(volume knob: 음량조절 스위치)으로 생각해 왔는데 그러한 결론의 근거가 대부분 숫쥐만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였다고 모길 박사는 지적했다.
쥐는 사람과 신경계가 아주 비슷하기 때문에 이 결과는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언젠가는 진통제가 남성용과 여성용이 따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신경과학'(Nature Neuroscience)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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