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발생이 진정세를 이어가고 있긴 하지만 삼성서울병원을 중심으로 진행된 '2차 유행'의 꼬리가 좀처럼 끊어지지 않고 있다.

22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발표한 환자 발병일을 토대로 한 메르스 유행곡선을 보면 평택성모병원에서 발생한 환자들로 형성된 작은 1차 유행곡선 이후 삼성서울병원으로 인해 생긴 커다란 2차 유행곡선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두 번째 유행곡선은 지난 1일 부근에서 정점을 찍은 이후로 줄곧 내리막이며, 다행히 아직 세 번째 봉우리가 나타날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2차 유행의 범위 안에서 산발적으로 환자 발생이 이어지면서 두 번째 봉우리의 꼬리가 오른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양상이다.

실제로 이날 새로 확진을 받은 환자 3명도 기존 2차 유행의 연장선상에 있는 의료기관에서 감염된 환자들이다.

171번 환자(60·여)는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14번 환자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환자는 먼저 확진을 받은 가족들과 지난 11일까지 함께 거주했으나, 발병일로 미뤄 가족들로부터 감염됐다기보다는 지난달 삼성서울병원에서 함께 감염된 것이라고 방역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잠복기 막바지인 지난 10일 의심증상으로 검사를 했으나 객담(가래)을 잘 뱉지 못해 음성으로 나왔고 이후 추가 검사를 통해 뒤늦게 확진을 받은 것이다.

간병인인 172번 환자(61·여)도 이미 13명의 환자가 나온 대청병원에서 감염됐다.

지난 1일 54번 환자와 접촉한 후 역시 잠복기 끄트머리에 발병한 것으로 추정된다.

두 환자 모두 증상 발현도 늦고, 검사과정에서도 시간이 걸려 뒤늦게야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170번 환자가 감염된 건국대병원은 76번 환자가 다녀간 곳으로, 당초 3차 유행 진원지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던 곳 가운데 한 곳이지만 다행히 잠복기가 지나도록 환자가 산발적으로만 발생하고 있어 2차 유행곡선 안에 수렴되는 모습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76번 환자와 관련해서는 잠복기가 거의 끝나가기 때문에 이 환자로 인한 추가 환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불씨로 남아있는 의료기관이 남아있어 유행곡선 내에 세 번째 봉우리의 출현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폭발적인 3차 유행이 없더라도 곳곳에서 산발적인 환자 발생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유행곡선 상에 폭발적인 봉우리 형성의 조짐은 보이지 않아 큰불은 끈 것이 아닌가 판단하고 있다"며 "다만 주말새 환자가 나온 강동경희대병원, 건국대병원, 그리고 170번 환자가 간 구리 카이저병원 등에서 추가 유행이 나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산발적인 환자 발생이 지속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남은 불까지 다 끄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방역당국이 확진자의 접촉자를 신속하게 파악해서 차단하고, 시민들도 증상이 있으면 노출 병원에 다녀온 사실을 알리는 등 당국의 노력과 시민의 협조가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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