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기술로 혈액형을 바꿀 수 있는 원천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에 따라 이번 기술을 이용해 모든 사람에게 수혈이 가능한 만능혈액을 개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세대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김형범 교수와 김영훈 연구원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RhD+' 혈액형을 'RhD-' 형으로 전환하는 데 세계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유전학분야 저명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혈액분포는 RhD+ 혈액형이 A형 34.2%, O형 27.1%, B형 26.9%, AB형 11.5% 등으로 99.7%를 차지한다. 반면 RhD- 혈액형은 A형, O형, B형, AB형을 통틀어 0.3% 이하다.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TALEN)'를 이용해 RhD+ 혈액형의 적혈구 전구세포에서 RhD 유전자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RhD- 혈액형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또 RhD 유전자가 제거된 적혈구 전구세포를 정상 적혈구로 분화시킴으로써 혈액형이 RhD-로 변환된 것을 확인했다.
과거에도 효소를 이용해 A형과 B형 적혈구 표면에 나타나는 혈액형 항원을 없애는 방식으로 O형으로의 혈액형 전환연구가 진행된 적은 있었지만, 매번 적혈구가 깨지면서 헤모글로빈이 유출되는 '용혈' 현상이 나타나 번번이 실패했다.
김형범 교수는 "타깃 유전자를 잘라내는 유전자 가위기술을 이용해 적혈구 전구세포 단계에서 유전자를 교정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극복했다"면서 "관련 기술은 국내에 특허 출원 중"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RhD+ A형' 적혈구 전구세포를 대상으로 삼아 성공했지만, 향후에는 모든 RhD+ 혈액형에 대해 RhD- 변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건은 이 기술을 이용해 소위 '만능혈액'으로 불리는 'RhD- O형' 혈액을 만들 수 있는지 여부다. RhD- O형 혈액은 RhD+와 RhD-를 막론하고 A형, B형, O형, AB형의 혈액형을 가진 사람 모두에게 수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김현옥 세브란스병원 혈액원장(진단검사의학)은 "향후 인공혈액 대량생산 기술이 성공하면 수혈의학에 큰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희귀혈액형인 RhD-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이 응급수혈을 필요로 하는 상황을 타개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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