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사태를 조사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잠정 결론은 '이례적이지만 퇴치할 수 있다'였다.
18일 마거릿 찬 WHO 사무총장의 서울 기자회견은 이런 결론을 정리하는 자리였다. 찬 사무총장은 "메르스가 강력한 전염력을 갖는 쪽으로 유전자가 변이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병원 같은 밀실 환경에서 전파되는 한 대중에 대한 메르스의 위험은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우려가 큰 '지역 사회 감염' 위험성에 대해서도 신중론을 폈다. 설령 병원 울타리를 넘어 바이러스가 사회 곳곳에 유입되어도 병의 특성상 전파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찬 사무총장은 "병원 내 대규모 메르스 발병을 겪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며 "일부 3차·4차 감염(연쇄적으로 바이러스가 사람 사이에 퍼지는 현상)이 발생했지만 광범위한 확산으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찬 사무총장은 메르스 사태가 사람들의 바람처럼 빨리 끝나지 않을 수는 있어도, 종식은 꼭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메르스 감염 위험자를 추적·격리하는 방역 원칙을 충실히 따르면서 일별 신규 확진자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을 긍정적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는 얘기다.
WHO 기준에 따르면 전염병 확산 종식은 마지막 환자가 발생한 지 28일이 지날 때까지 새 환자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다.
메르스 확진자는 지금껏 이달 8일(당국 발표일 기준)이 2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후 14명(11일), 12명(13일), 5명(15일), 8명(17일), 3명(18일) 등 다소 변동이 있지만 크게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은 중동 바깥에서 메르스가 대규모로 확산한 유일한 사례로 세계 의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메르스는 그 이전에는 중동 아라비아반도에서만 많이 나타나는 병으로 서방 각국은 환자가 발생하더라도 1∼4명 수준에 그쳤다.
WHO는 이 때문에 메르스 사태 초기부터 한국 방역 당국과 함께 발병 원인과 형태를 밝혀내는 데 큰 관심을 보였다.
이달 9일에는 케이지 후쿠다 WHO 사무차장이 이끄는 합동조사단을 한국에 파견, 방역 당국과 함께 4박5일 동안 현장 조사를 벌였다.
WHO조사단은 메르스 발병의 원인을 크게 ▲ 환자 추적 혼선 등 당국의 초동 대처 실패 ▲ '의료쇼핑'과 문병 등으로 감염에 약한 병원 환경을 꼽았다.
초동단계에서 당국의 실책, 한국 의료계의 취약점, 한국 고유의 간병 및 병문안 문화 등이 뒤엉키면서 낯선 중동의 질환이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 번지는 뜻밖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WHO는 사안 전반에 '빨간 경고등'을 켜지 않았다. 메르스의 감염력이 사우디아라비아 사례와 마찬가지로 강한 수준이 아니고, 한국 당국도 질환 대처가 계속 나아져 효과적 방역 태세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이런 판단은 WHO가 17일 연 긴급위원회 회의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WHO는 이 회의에서 한국의 메르스 사태를 두고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에 해당하는 수준의 위협이 아니며, 한국에 대한 여행·교역 금지를 권고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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