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응하는 의료진과 가족들에 대한 따돌림 현상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메르스 사투'를 벌이는 의료인과 가족들에 대해 일부에서 감염 의심자 취급을 하거나 '왕따'를 하는 등 지역 사회와 학교 안팎에서 거리감을 두려는 행태가 전국 곳곳에서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대전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한 간호사는 최근 아들의 친구 어머니로부터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으면 한다'는 전화를 받고 혼자 눈물을 흘렸다.
이 간호사는 16일 "메르스 사태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에 그랬으리라고 이해는 하지만 서운한 감정은 숨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간호사는 "의료진을 향한 의혹의 시선에 힘이 빠진다"며 "(메르스 의심 상태가 아닌데도) 사회에서 격리자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했다.
확진자가 발생한 부산의 한 병원 의료진도 직·간접적인 따돌림 피해를 보고 있다.
최근 며칠 새 의료진의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으로부터 '등교를 하지 말아 달라'는 통지문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통보를 접한 일부 직원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병원으로 전화가 걸려와 '모 진료과장의 집이 어디냐'는 등 구체적인 신상정보를 캐묻는 사람도 있었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의료진의 주변 지인조차 거리를 두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한 대형병원 직원인 A씨는 메르스 탓에 최근 가까운 지인들과의 모임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A씨는 모임 전 통화에서 지인이 참석 여부를 물으며 "굳이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상처를 받았다고 전했다.
경기 지역 한 병원의 간호사 중 절반 가까이는 메르스 관련 치료센터에 일한다는 이유로 남편이 직장에서 당분간 쉴 것을 요구받는 등 주변의 불편한 시선이 부담스러워 병원 측이 급하게 마련한 주변 월세방 5곳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대전에서 치료 중이던 메르스 확진 환자 2명이 이송된 충북의 한 메르스 치료 거점병원 의료진 A씨는 "다섯 살짜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교사로부터 아이를 당분간 등원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다른 학부모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A씨는 혹시 모를 따돌림 우려로 며칠간 아이를 친정집에 맡겨야 했다.
그는 "국가적 위기 사태에 최일선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가졌는데 아이까지 싸잡아 기피대상으로 취급받으니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며 "너무나 억울했고, 참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깊은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애초 환자나 보호자, 간병인에 국한돼 있던 감염 유형이 최근 들어 의료인으로 확대되면서 이 같은 '눈총'은 더 심해지고 있다.
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16일 현재 메르스 확진자 154명 중 병원 관련 종사자가 26명으로 전체 17%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최근 자택격리가 해제된 한 의료진은 "아이들이 학교 안팎에서 '쟤 메르스'라고 놀림을 받았다더라"는 이야기도 전했다.
의심환자가 거쳐 간 경기지역의 한 병원에서는 응급의료과장의 실명이 지역사회에 알려져 가족과 자녀가 기피대상으로 거론되는 등 곤욕을 치렀다.
대전 지역 한 간호사의 남편은 회사에서 '아내가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느냐'는 질문을 수차례 받기도 했다.
대다수는 이런 '사회적 살인' 행위를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강철구 대전시 보건복지여성국장은 "메르스와 싸우는 의료진과 그 가족을 학교나 동네에서 따돌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3시간 넘게 심폐소생술을 벌인 건양대병원 의료진의 경우처럼 이들은 위험에 노출된 상태에서 애쓰고 있다"고 호소했다.
강국장은 그러면서 "의료진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격려의 한마디"라고 강조했다.
메르스 환자를 돌봤던 대전의 한 병원 의사는 "전국 어느 의료진도 환자를 앞에 두고 도망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필요하면 스스로 격리될 수는 있겠지만, 사회에서 먼저 따돌리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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