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최장 잠복기로 알려진 14일을 훌쩍 넘겨 확진 판정을 받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현재 14일을 기준으로 설정된 격리기간이나 병원 폐쇄 기간 등도 재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7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추가로 확인된 메르스 확진자 8명 가운데 세부 역학조사가 아직 진행 중인 1명과 지난 5일 강동경희대병원에서 감염된 1명을 제외한 6명은 모두 지난달 29일 이전에 감염된 환자들이다.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후 18일에서 길게는 20일이 지나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들의 증상 발현 시점이 아직 분명치 않고, 첫 증상 발현 이후 확진까지 시간이 소요된다고는 해도 최근 검사시간이 단축된 것을 감안하면 확진까지 시차가 지나치게 길다.

6명 가운데 4명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와 접촉한 환자들이다.

155번 환자(42·여)는 지난달 26∼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같은 기간 응급실에 있던 14번 환자에게 노출됐다.

156번(66), 157번(60) 환자는 모두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내원했고, 158번 환자(50)도 같은 날 가족 진료를 위해 응급실을 방문했다.

27일에 감염됐다면 무려 20일이 지나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아직 역학조사가 끝나지 않은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인 162번 환자(33)도 만약 14번 환자로부터 감염된 것이라면 잠복기를 넘겨 발견된 것이 된다.

또다른 신규 확진자인 159번 환자(49)는 지난달 27∼29일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 15번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입원했다 감염됐고 161번 환자(79·여)는 지난달 27일 평택굿모닝병원에세 17번 환자와 같은 병동에 머물렀다.

모두 잠복기를 훌쩍 넘긴 것이다.

잠복기를 넘긴 환자는 지난 16일과 15일에도 줄줄이 나왔다.

16일 발표된 확진자 4명 가운데 3명은 지난달 27∼28일 각각 가족 병간호를 위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방문했다 감염됐다.

이 가운데 154번 환자(52)는 27∼28일 삼성서울병원에 다녀온 후 16일 만인 지난 13일부터 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146번 환자(55)도 삼성서울병원에 지난달 27일 다녀간 후 16일 만에 증상을 나타내 감염 경로에 대한 논란을 불러왔다.

이처럼 최장 잠복기 개념을 무색케하는 환자들이 속속 나오면서 현재 잠복기가 2∼14일인 것으로 전제로 설정된 격리기간 등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 메르스 확진자의 접촉자로 분류돼 격리된 사람들은 모두 14일 이후에는 격리에서 해제되고 있다.

또 메르스 노출 의료기관도 14일을 기준으로 코호트 격리나 폐쇄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환자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가 마지막으로 병원에 근무했던 지난 10일을 기준으로 14일이 지난 24일까지 부분 폐쇄를 유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장 잠복기가 14일 이후로 늘어나면 14일간의 격리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송대섭 고려대 약대 교수는 "중동에서도 메르스의 최대 잠복기가 정말 2주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며 "현재까지 알려진 잠복기는 실험으로 확인된 것이 아니고 중동지역 환자들의 임상양상을 기반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정확한 잠복기를 확인하기 위해 오는 8월에 아랍에미리트(UAE) 수의진단센터와 낙타를 대상으로 잠복기를 규명하는 공동 실험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그러나 일단 이들 환자들이 잠복기 내에 증상이 발현됐으나 증상 자각이 늦어졌거나, 확진이 늦어진 것으로 판단하며 현재 잠복기 기준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권준욱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민간전문가들과의 논의를 거쳐 평균적 분포를 다 고려해 지금의 잠복기를 잡은 것"이라며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최장 잠복기가 14일인 만큼 이를 기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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