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행지인 삼성서울병원에 들른 환자 가족이 별다른 격리 조처없이 지내다 메르스 감염으로 확진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관리 부실' 논란이 또 불거질 전망이다.

16일 추가된 메르스 확진자 4명 중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사람은 3명이다. 이들 3명은 모두 삼성서울병원이나 방역 당국의 방역망 바깥에서 별다른 통제없이 생활하다 뒤늦게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정황이 확인됐다.

154번 환자(52)는 지난달 27∼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치료를 받게 된 모친을 병문안 갔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병문안을 같이 갔던 누나는 10일 확진 판정을 받고 대전에서 격리됐지만 동생인 154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이나 방역 당국의 모니터링에서 '아예 없는 존재'였다.

대구 남구청의 한 주민센터 공무원인 이 환자는 정상 업무는 물론 직원 회식에 참석하고 사우나에도 출입하는 등 정상 생활을 계속하다가 15일에야 보건소에 오한 등의 메르스 의심 증상을 신고해 격리 및 검사 조처를 받았다.

대구시는 "당사자가 애초 삼성서울병원 병문안 사실을 밝히지 않아 사전 파악이 안됐다"고 해명하며 환자 근무지인 주민센터를 폐쇄하고 밀접 접촉한 직원 등 50여명을 격리했다.

152번 환자(66)도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아내(62) 치료 차 응급실에 머무르다 메르스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아내는 자택 격리 조처를 받았으나 남편인 152번 환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삼성서울병원과 방역 당국의 감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아내는 다행히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152번 환자는 지난 6일부터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났다. 그는 지난 15일 서울성모병원을 찾았고 그때서야 삼성서울병원 방문 이력을 의심한 병원 측에 의해 격리돼 메르스 검사를 받았다.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남편의 병간호를 하다가 감염된 151번 환자(38·여)도 관리 대상에서 빠진 채 생활하다 5일 발열이 시작됐다.

이 환자는 확진 전까지 격리대상에서 빠진 채 여러 의료기관을 다닌 것으로 드러나 방역 당국이 뒤늦게 추가 역학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런 관리 누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방역 당국은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메르스가 퍼지자 환자와 의료진을 긴급 격리했지만 환자 가족과 방문객에 대해서는 비교적 느슨한 관리만 했다.

연락이 닿는 환자 가족과 방문객에게 전화를 걸어 메르스 증상이 있는지만 물어보는 '모니터링'만 하고 적극적 격리는 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의료계 일각에서는 가족·방문객 중 혹시라도 메르스 감염자가 나와 잠복기나 증상이 약할 때 무심코 지역사회 곳곳에 메르스 전파를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잖았다.

삼성서울병원이 아닌 다른 메르스 발병병원 관계자는 당시 이와 관련해 "메르스 바이러스 밀접접촉자인 환자 가족을 증상 감시만 하고 격리 조처를 내리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13일 신규환자 진료 중단 등 병원 부분폐쇄를 단행하면서 '철저한 관리로 메르스 추가 확산을 막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런 방역 상 허점이 계속 드러나면서 처지가 더 곤란해질 전망이다.

방역 당국도 난색이다. 권준욱 중앙메르스대책관리본부 기획총괄반장은 16일 브리핑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환자가 집중관리에서 최우선 순위였고 간병인 등 경우는 최우선 순위에 포함돼있지 않았다. 그 집단에서 뒤늦게 발견이 되고 확진이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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