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중증환자 2명에게 면역혈청(항혈청, Antiserum)을 투여하는 치료가 시작돼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효과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16일 의료계와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메르스 의료진은 병세가 위중한 35번 환자(38)와 119번 환자(35)에게 완치자로부터 기증(헌혈) 받은 혈청 성분을 투여하는 치료법을 시도하고 있다.
면역혈청 투여는 감염병을 이겨낸 완치자의 혈액 속에 병원체를 억제하는 항체(중화 항체, neutralizing antibody)와 면역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환자의 혈액에 주입하는 면역치료법이다.
감염병 치료제가 거의 없던 시절에는 종종 쓰였지만 각종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 백신이 개발된 후에는 거의 시행되지 않는다.
히지만 별다른 치료법이 없는 신종감염병에 걸린 환자의 상태가 악화, 항생제나 항바이러스 치료가 잘 듣지 않는 경우에는 아직도 쓰이는 기술이다.
중국에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유행 당시 중증환자에게 면역혈청을 투여했더니 사망률이 7∼23% 감소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보고가 대표적이다.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에볼라도 면역혈청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당국과 의료진이 메르스에 대해서도 유사한 효과를 바라고 최근 2명에게 완치자의 혈청을 투여했지만 아직은 눈에 띄는 효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35번 환자가 입원한 서울대병원의 한 의료진은 이날 "35번 환자가 더 나빠지지 않고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과거 면역혈청 치료의 경험에 비춰 이러한 경과는 어느 정도 예상된 부분이다.
환자의 병원체를 중화, 억제하는 방식으로 주로 작용하는 면역혈청은 감염 초기단계에 투여해야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35번과 119번은 이미 병세가 상당히 심해진 이후에 혈청이 투여됐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감염자가 메르스를 심하게 앓을지 예측할 수 없기에 심각하지도 않은 환자에게 미리 다른 사람의 혈청을 투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저질환이 없는 60대 미만의 환자는 인터페론과 리바비린으로 구성된 항바이러스요법으로도 대부분 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또 악화 조짐을 보이는 환자에게 혈청 치료를 시도하고 싶어도 최근까지 혈액 기증에 적합한 퇴원자의 수가 별로 없었다.
기증자로 선정된 완치자 혈액 속에 바이러스를 중화할 항체의 함량이 기대만큼 많지 않을 수도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의 권준욱 총괄기획반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 열린 언론브리핑에서 "메르스에서 혈청투여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근거라 할 만한 임상연구결과가 없다"고 말했다.
의료진이 병세가 위중한 두 환자에게 면역혈청 투여를 시도하면서도 큰 기대를 하지 못한 배경에는 이러한 까닭이 자리잡고 있다.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인 김우주 고려대 교수는 "혈청 치료는 그야말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고전적인 치료법을 써보는 것"이라면서 "효과를 평가하려면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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