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사태와 관련해 8일 열린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문에서는 여야를 불문하고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특히 정부의 '뒷북' 정보공개, 허술한 방역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질문과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고 고성도 터져나와 마치 '문형표 청문회'를 방불케했다.
전날 여야가 메르스 대응의 '초당적 협력'에 합의하면서 야당 지도부는 사실관계 확인과 대책 제시를 주문했고 이에따라 야당 의원들은 수위 조절을 하는 모습이었으나, 일부 의원들은 문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거칠게 몰아세웠다.
반면 새누리당은 의사 출신이나 메르스 피해지역에 지역구를 둔 의원을 질의자로 내세워 정책 대안 제시에 집중했다.
◇새누리 "초기, 골든타임 여러번 놓쳐…메르스 사태는 인재(人災)" = 의사 출신인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질병관리본부는 대응 매뉴얼과 확진검사 시스템을 갖추고도 의심 환자에게조차도 검사를 거부하며 확진을 지체했으니 메르스 대비가 얼마나 행정 위주로 이뤄졌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의사 출신인 박인숙 의원은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았고 투명하게 정보공개를 하지 않아 초기 진화의 골든타임을 여러 번 놓쳤다"며 메르스 사태를 '인재(人災)'로 규정했다.
박 의원은 또 전날 정부의 병원 명단 공개에 대해 "혼란과 공포에 떠는 국민에게 명단만 툭 던져놓고 알아서 해석하고 판단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1번부터 87번까지 모든 환자의 시간대별 동선 지도를 만들어 발표하고, 메르스 대응수준도 격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사 출신인 신의진 의원은 "우리가 무방비로 느껴지는 것은 질병의 최일선에서 싸우는 인원이 터무니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공중보건의가 맡고 있는 역학조사관을 전문요원으로 채용하고 인력을 확충할 것을 제안했다.
메르스 환자가 대거 발생한 경기 평택이 지역구인 유의동 의원은 "정부의 메르스 대응은 낙제점이고 매뉴얼은 현장에서 무용지물로 혼란만 가중시킨다"며 "정부의 비공개 대책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괴담을 부추겼다"고 질타했다.
유 의원은 "장관이 침묵하는 동안 평택에서는 '코에 바셀린을 바르고 양파를 두는 것이 메르스에 도움이 된다'며 바셀린, 양파가 동이 나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감염을 막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했던 지역주민들의 애타는 목소리를 전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평택성모병원이 휴업한 후에도 병원의 중환자 5명이 이송될 병원을 찾지 못해 3일간 이송되지 못했고, 결국 호흡기를 단 환자가 평택에서 300km나 떨어진 경주 병원으로 이송됐다"며 "당시 확진환자가 9명이었는데 정부의 감염병 관리대책이 고작 환자 9명도 수용 못 하는 게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野 "제2의 세월호…첫 확진환자 발생 6일 후 늑장보고" =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은 "문 장관이 말하면 반대로 된다고 해서 '문형표의 저주'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장관의 무능이 국민에게 공포와 불안을 주는 것을 알고 있는가"라면서 "문 장관은 보건전문가도 아니고 사태 수습에 장애가 될 뿐"이라며 문 장관의 사퇴를 수 차례 촉구했다.
이어 "환자 발생 15일 만에 나타난 대통령은 국민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을 갖고 있나"라며 "메르스 공포의 진원지이자 비상사태의 근원지는 정부의 무능·무책임·무개념의 총체적 '3무(無)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목희 의원도 "메르스 발병날 메르스 확산을 막아야 할 주무부처 장관은 중요하지도 않은 해외 출장 중이었고, 질병관리본부장은 워크숍을 했는데 한심하다.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로 '제2의 세월호'를 보는 것 같다"며 "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조정하고 범정부적으로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이 의원은 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문 장관이 박 대통령에게 첫 확진환자가 발생(5월20일)한 지 6일 뒤인 5월26일에야 국무회의에서 구두보고를 했고 서면 보고는 하지 않았다며 '늑장 보고' 의혹을 제기,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이어 "대부분 국민의 집은 완전히 가족과 분리된 채 자가격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복지부의 자가격리 방식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자가격리 대상자와 확진환자에 대한 보상 범위와 금액을 확대하고 의료기관이 받은 직·간접적 피해도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어떻게 대통령이 6월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메르스를 처음 언급하면서 기본적인 환자 숫자를 틀리게 말할 수 있나"라며 "박근혜정부의 보고 체계가 붕괴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메르스 발생 병원 명단 공개를 미룬 데 대해 "재벌병원을 비호하려고 국민은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문 장관은 전날 공개한 병원 명단의 오류, 방역체계 허점 등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고, 초기대응 실패 지적에도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메르스는 병원 감염의 문제로 결코 공기감염이 아니다"며 "충분한 경계와 염려는 해야겠지만 지나친 공포심이나 과장된 경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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