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건국대병원. 평소 월요일이면 환자들로 북적거렸던 이 병원은 이날 예전과 달리 한산하기만 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감염을 우려한 상당수 환자가 발길을 끊었기 때문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병원 외래 환자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면서 "이틀에 걸쳐 응급실을 완벽히 소독했는데도 환자들의 불안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거나 다녀간 것으로 언급된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강동경희대병원 등도 모두 마찬가지다.

문제는 병원 진료를 며칠 미뤄도 상관없는 경증 질환은 크게 문제가 없지만, 급히 수술을 받거나 지속적으로 약물을 복용해야 할 환자들조차 예약됐던 진료를 받지 않는 데 있다.

실제로 만성 천식으로 약이 떨어져 이날 모 병원에 진료 예약을 했던 환자는 끝내 병원을 찾지 않았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매번 약을 떨어지는 시기에 맞춰 진료를 해오던 환자인데, 갑자기 오늘 외래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아무래도 메르스 감염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예약 취소는 항암치료 중이거나 수술 예정인 환자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세계중환자의학회 조직위원장)는 "만약 면역억제제나 결핵약이 떨어진 환자가 약이 떨어졌는데도 메르스를 이유로 진료를 미룬다면 그 사이 자칫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면서 "메르스 걱정에 무작정 진료를 미루거나 회피하기 보다는 우선 병원에 전화를 걸어 진료상담을 받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Copyright © 의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