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단이 조건부 승인 권고 결정을 내린 여성용 성기능 촉진제 '플리반세린'(flibanserin)의 효능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통이거나 미미한'(modest and marginal)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기적의 알약'은 아니라는 말이다.

제약업체 스프라우트가 2010년부터 이 약품에 대한 FDA 승인을 신청했지만, 2차례나 승인이 거부된 것도 효능에 비해 어지럼증이나 저혈압 등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또 술이나 다른 약품과 섞였을 때 신체에 주는 위험이 클 수 있다고 자문위원단은 우려했다.

그러나 이번에 승인 권고를 결정한 것은 성욕 감퇴로 고통을 받는 많은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증언하는 등 이들의 불행을 더이상 외면할 수 없다고 자문위원들이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5일(현지시간) 전했다.

많은 여성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전구가 나가듯이 성욕이 꺼졌다"는 증언을 쏟아냈다고 한다.

특히 제약회사는 이 약품의 개발 과정에서 여성 1만2천 명을 상대로 실험자와 피실험자 모두 위약 투여 여부를 모르는 '이중맹검'(二重盲檢) 방식의 임상시험을 실시해, 이 약이 여성의 성욕을 촉진하는데 위약보다 효능이 좋다는 점을 확인했다.

성욕에 영향을 미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을 움직이는 이 약은 필요 시 복용하는 남성용 비아그라와 달리 매일 밤 100㎎ 복용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비비안 루이스 자문위원단 위원장 대행은 "이 약의 개선 효과가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그런 수준의 개선조차도 성적욕구저하장애(hypoactive sexual desire disorder:HSDD)를 가진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문위원단은 대신 약품에 적절한 부작용 경고문을 붙이고 소비자와 의료진에 대한 교육, 추가적 약품 연구 등을 조건으로 승인 권고를 결정했다.

위원단에 증언했던 캐서린 캠벨은 WP에 "이것은 기적의 약은 아니다"라며 "이게 나를 성중독자로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아마도 나는 다시 성관계를 원하게 될 것이다. 지금 내 결혼생활은 완전히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여성단체들은 승인 권고 소식에 "HSDD를 가진 여성들이 적어도 선택권을 갖게됐다"며 "다른 제약회사들이 더 많은 대안을 찾기위한 연구를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자문위원단에서 승인권고에 반대한 위원들은 이 약품의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반면 효과에 비해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성관계를 약물로 치료하는데 반대해온 심리학자인 레오노어 티에퍼는 "오늘 투표는 과학에 대한 감정의 승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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