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 지침을 뒤늦게 개정했다. 개정된 지침의 행간을 살펴보면 예상치 못한 감염 확산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5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국내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후 이달 3일까지 3가지 버전의 메르스 대응 지침이 나왔다.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전에 없던 내용이 추가됐다.

우선 보건당국은 의심 신고를 하는 발열 기준을 당초 38도에서 37.5도로 하향 조정했다. 방역 초기 38도에 못 미치는 발열 증상을 보인 사람의 메르스 감염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의심 환자의 정의도 추가했다.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서 증상 14일 이내에 메르스가 유행한 의료기관에 직원, 환자, 방문자로 있었던 자'를 추가하고, '유행은 한 의료기관에서 2명 이상 발생'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첫 확진 환자가 입원했던 ⓑ 병원에서 잇따라 감염 사실이 확인되자 민관합동대책반을 구성해 역학조사를 전면 재실시하면서 의심 환자의 범위를 대폭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추가된 의심 환자의 정의에 따르면 메르스 감염의 온상이 된 ⓑ 병원뿐 아니라 16번 환자로부터 23번, 24번, 31번, 36번 환자가 감염된 ⓔ 병원도 '메르스 유행'의 조건을 갖췄다.

앞서 의심 환자는 발열 등 증상이 있으면서 '중동 지역을 방문한 자', '중동 지역 의료기관에 직원, 환자, 방문자로 있었던 자', '확진 환자와 밀접 접촉한 자' 등에 국한됐다.

보건당국은 최근 지침에서 사망한 메르스 환자의 시신 처리에 관한 구체적 내용을 추가하기도 했다. 치사율이 40%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하고도 지침 마련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보건당국은 사태가 발생하고서야 관련 지침을 개정하는 '임기응변식' 대응을 해왔다. 문제는 앞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대비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 종합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메르스가 의료기관을 벗어나 지역사회로 전파되면 통제불능 상황이 우려된다"며 "그런 상황에 대한 대응 지침은 아직 부족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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