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국내 첫 확진 환자 발생 이후 8일만에 7명으로 늘었다.
전염력이 약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단시간에 빠른 속도로 환자가 증가하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아직 3차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만큼 유행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있지만 연일 새로운 환자가 나오는 만큼 국민 불안은 커지고 있다.
◇ 환자수 증가세…'3차 감염자'는 발생 안 해 = 국내에서 메르스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것은 20일이다. 4월 18~5월 3일 중동 지역의 바레인에서 농작물을 재배한 A(68)씨가 귀국 후 고열과 호흡기 증상을 호소하면서 외래와 입원으로 3곳의 병원을 거쳤고 그 과정에서 접촉했던 가족, 환자, 의료진 6명이 추가로 메르스에 감염됐다.
A씨를 간호하던 부인 B(63)씨가 두 번째 감염자가 됐고, A씨와 같은 2인실을 썼던 C(76)씨, 이 병실에서 C씨를 병간호하던 C씨의 딸 D(46)씨, A씨를 진료한 의사 E(50)씨, A씨와 같은 병원에 있던 환자 F(71)씨, A씨를 간호하던 간호사 J(28)씨가 순서대로 감염자가 됐다.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한국은 중동을 제외한 지역에서 메르스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나라가 됐다.
그전까지는 비(非)중동 국가 중에서는 메르스 환자는 영국이 4명(3명 사망)으로 가장 많았다.
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1명 사망), 필리핀(2명) 등에서 발생한 3명이 다였다.
보건당국은 그나마 아직은 3차 감염자가 없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3차 감염자는 최초 환자인 A씨에게 감염된 다른 환자를 통해 다시 메르스가 옮겨간 경우다. 3차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그만큼 접촉자 수가 증가해 질병의 확산세가 증폭된다는 것을 뜻한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28일 브리핑에서 "현재는 3차 감염자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보건당국의 목표"라며 "여러 가지를 감안해 빠져 있는 밀접접촉자를 다시 확인하고 동원할 수 있는 가장 넓은 범위를 점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확산하는 불안… "병원 가기도 겁나" = 회사원 H씨는 이달 중순 유아인 딸의 예방접종을 위해 서울의 한 병원을 방문했다가 한동안 메르스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딸이 한동안 고열과 설사 증상을 보인데다 이 병원이 메르스 환자가 거쳐 간 곳이라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결국, 마음고생을 하다가 딸의 증상이 사라지고 해당 병원이 메르스와는 관련이 없다는 얘길 듣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건당국이 감염자들이 거쳐 갔던 병원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H씨처럼 병원 가기조차 꺼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최초 환자 A씨로부터 5명이 감염된 ⓑ병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메르스 감염에 대한 공포가 널리 퍼져 있다.
감염자 혹은 감염 의심자 중 일부가 보건당국의 방역망을 벗어난 것도 불안을 확산시키는 요인이다.
28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F(71)씨는 A씨와 같은 병동에 있었지만, 밀접접촉자가 아니라는 판단에 자택 격리 대상자가 아니었다.
감염 의심자인 K(44)씨는 19일 처음 발열 등 증상이 발생했지만, 보건당국의 관리를 받지 않다가 중국 출장까지 갔다.
질병관리본부는 "통상의 업무를 최소화하고 모든 자원을 동원해서 메르스 역학조사와 자가격리자 관리에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불안감은 오히려 퍼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병원의 이름을 공개하면 치료를 받아야 할 다른 환자들에게 공포감을 줄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병원 이름을 공개하거나 해당 병원이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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