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식이'(은퇴 후 집에서 세끼를 챙겨 먹는 남편)라는 우스갯소리가 빈말이 아님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소득 감소와 은퇴자와의 장시간 동거 등에 따른 스트레스로 은퇴자 본인보다 배우자의 건강이 더 나빠진다는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14일 '2015 고용패널학술대회 학생논문 공모전'의 최우수상으로 나수영(서울대 아동가족학과 석사과정)씨의 '은퇴가 은퇴자 및 배우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은퇴자 부부 91쌍을 선정해 2006년부터 응답자의 건강 상태를 묻는 격년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논문에 따르면 은퇴 직후 은퇴자와 배우자 모두 건강이 안 좋아졌다가 은퇴한 지 3∼4년이 지난 뒤 다시 건강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주목할 점은 은퇴가 은퇴 당사자보다 배우자의 건강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논문은 지적했다.
은퇴가 당사자에게는 부정적 변화와 긍정적 변화를 함께 주지만, 배우자에게는 주로 스트레스만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은퇴자에게 은퇴는 기존의 사회적 연결망이 줄어들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부정적 영향을 준다. 하지만 일에서 받는 압박이 사라지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반면, 배우자는 가구 소득이 줄어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하는데다 은퇴한 배우자와 갑작스레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돼 불편함까지 느끼게 된다.
다만 은퇴자와의 생활에 적응하면서 은퇴 3∼4년 후에는 배우자의 건강이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수영씨는 "이번 연구는 은퇴가 개인적 사건이나 변화의 차원을 넘어 가족의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 여부가 중·노년층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은퇴 후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가족 구성원들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더 폭넓은 연구 또한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모전에서 우수상에는 이기혜(고려대 교육학과 박사과정)·심재휘(고려대 교육학과 석사과정)씨가 제출한 '비정규 근로경험이 대졸 청년층의 정규직 취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생존 분석'이 뽑혔다.
장려상에는 안혜영(고려대 일반대학원 석사과정)씨의 '고차 잠재성장 모형을 적용한 중고령자의 삶의 만족도 변화에 관한 종단 분석'과 김태운(고려대 경제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씨의 '미취업 청년층의 취업전환에 관한 연구'가 선정됐다.
논문 시상과 발표는 고용정보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하는 '2015고용패널학술대회'에서 한다.
Copyright © 의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