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8일(현지시간) 새로운 질병의 이름을 지을 때 특정 국가나 사람, 특정 경제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좋은 관행을 만들어가자고 여러 회원국과 과학자, 미디어 등에 제의했다.

케이지 후쿠다 WHO 사무부총장은 "최근 `돼지독감'과 `중동 호흡기 증후군' 등의 이름은 전혀 의도하지 않게 특정 지역이나 경제 분야에 오명을 남겼다"면서 "이 문제는 사소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 병에 걸린 환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일부 병명은 특정 종교나 사회에 대한 반발을 촉발하는가 하면 부당한 여행과 교역금지, 특정 동물의 불필요한 도축 등이 발생하게 한다"면서 "이것은 결국 모든 사람의 삶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WHO는 이를 위해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국제질병분류센터(ICD) 등과 협력해 새로 발견된 질병의 이름을 지을 때 과학적으로 타당하고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절한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나의 범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범례는 코로나바이러스, 살모렐라 등 새 질병의 병원체가 발견됐으면 그 이름을 반드시 넣어주고, 호흡기질병이나 신경 증후군 등 병의 증세를 설명하는 낱말을 덧붙이며, 가능하면 언제 누가 어떻게 아픈지 등을 설명하는 단어도 포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스페인 독감 등 특정 지역을 나타내거나 남미의 수면병 일종인 `샤가스병'처럼 특정인의 이름을 따는 것은 피하고 공포를 조성하는 `치명적인', `원인불명의' 등의 단어 사용은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WHO는 그러나 이런 범례가 과학적 연구분야의 분류 체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며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질병의 명칭에 대해서만 해당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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