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신생아가 생후 7일 만에 설사와 혈변을 보여 개인병원에 입원했다. 병원에서 혈변·구토에 청색증까지 보이며 상태가 더 나빠진 이 아이는 이틀 뒤에야 더 큰 병원으로 옮겨졌다.

태어날 때 2.9㎏이었던 아이의 체중은 병원을 옮길 당시 2.34㎏까지 떨어졌다. 탈수가 주요 원인이었다. 병원은 아이의 체중이 한꺼번에 20% 가까이 빠지는 동안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아이는 태어난 지 9일 만에 사망했다.

부모는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긴 싸움 끝에 법원은 병원의 '일부 책임'을 인정했다.

이 아이의 경우처럼 신생아와 관련된 의료소송에서 원고(환자 측)가 완전 승소하는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아주대학교병원 인문사회의학교실 이미진 교수팀은 2005∼2009년에 시작된 의료 소송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총 28건의 신생아 관련 의료 소송 중 원고 측 완전 승소로 판결된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고 8일 밝혔다.

원고 일부 승소가 12건, 원고 패소가 10건, 법원에 의한 조정 및 화해권고결정이 6건이었다.

의료 전문가인 의사·의료기관과 일반인 환자가 맞붙는 의료 소송에서 환자가 이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과거에는 환자 측이 의사·의료기관의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 탓에 환자 측의 승리가 더욱 드물었다.

최근 의료 소송에서는 환자 측 부담이 줄고 의사·의료기관 쪽으로 입증 책임이 넘어가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의료 소송에서 환자의 승소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팀의 연구에서 환자가 사망한 경우가 절반에 가까운 10건이나 됐지만 법원이 병원의 '완전 책임'을 인정한 경우는 없었다.

법원이 의료진의 일부 책임이라도 인정한 사건 중에서는 의사가 주의의무(의사가 환자에게 신체적·정신적 손해를 끼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사례(10건)가 가장 많았다.

의료기관이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해야 할 의무를 어긴 경우가 1건, 설명 의무와 주의 의무를 모두 어긴 경우가 1건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날부터 최종 선고가 나는 날까지를 의료소송 해결 기간으로 봤을 때 신생아 의료 소송의 평균 해결기간은 1천619일로 약 4.4년 정도가 소요돼 일반 의료 소송(3.38년)보다 길었다.

조사 대상 중에는 최대 약 10년(3천651일)이 걸린 경우도 있었다.

신생아가 사망한 경우 평균 보상 금액은 8천600여만원, 뇌성마비·실명·실청·피부 괴사 등 심각한 후유 장애를 얻은 경우의 평균 보상 금액은 2억여 원이었다.

연구에 참여한 한 소아과전문의는 "일반 의료소송에서도 환자가 완전 승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사의 과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할 수도 있지만 소아의 경우 태어날 때부터 아픈 경우도 있고, 발견되지 않은 질환을 가진 경우도 있어 의료기관 측 책임이 100%로 규명되는 경우가 적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의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