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배아줄기세포(ESC)나 역분화 유도 만능줄기세포(iPS)로 만든 세포치료제를 임상에 적용할 때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암 유발 문제를 해결할 단서를 찾았다.

연세대의대 김동욱 교수팀(줄기세포기반 신약개발연구단 단장)은 6일 인간 다능성 줄기세포(hPSC)로 만든 신경계 전구세포(NPC)가 종양을 일으키는 원인을 규명하고 원인물질을 제거해 암을 유발하지 않도록 하는 동물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셀프레스'(CellPress)가 발행하는 국제줄기세포학회(ISSCR) 공식저널인 '스템 셀 리포츠'(Stem Cell Reports. 4월 3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줄기세포로 만든 세포치료제를 각종 질환 치료에 적용할 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줄기세포를 특정 세포로 분화시킨 다음 남아 있는 미분화 세포가 암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여겨져 왔으나 미분화 세포를 완전히 제거해도 중배엽성 종양(연골, 뼈, 지방세포 등으로 이루어진 조직)이나 색소세포 등 원하지 않는 세포들이 생긴다는 보고가 이어져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다능성 줄기세포로 만든 신경계 전구세포에 섞여 있는 신경능선세포(NCE) 중 폴리시아릴화 신경 세포 부착 분자(PSA-NCAM)라는 물질이 없는 세포가 종양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신경능선세포 중 PSA-NCAM이 있는 것은 종양을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경능선세포는 줄기세포를 신경계 전구세포로 분화시킬 때 신경세포와 함께 만들어지는 세포로 발생학적으로 신경세포와 기원이 같고 모든 분화 신호물질을 공유하고 있어 신경계로 분화 시 제거하는 게 불가능하다.

신경능선세포는 머리 및 얼굴의 연골, 뼈, 지방세포와 결합조직세포, 색소세포, 말초신경계 세포 등을 만들 수 있지만 분화된 신경세포를 세포치료제로 사용할 때는 함께 섞여 원하지 않는 조직이나 암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이 신경능선세포가 암을 유발하느냐 않느냐는 PSA-NCAM이라는 물질 유무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PSA-NCAM이 없는 신경능선세포를 동물모델의 중추신경계(뇌)에 이식한 결과 중배엽성 종양에 해당하는 뼈, 연골, 지방세포 등을 만들고 색소세포, 말초신경계 세포 등 원하지 않는 조직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PSA-NCAM이 있는 신경능선세포는 동물에 이식해도 암이나 이상 조직이 전혀 생성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또 PSA-NCAM이 있는 신경세포만 순도 높게 분리한 다음 뇌졸중 동물 모델과 척수 손상 동물모델에 이식한 결과 치료 효과와 안전성이 매우 우수한 것으로 입증됐다고 밝혔다.

김동욱 교수는 "이 연구 성과는 논문 외에 특허도 출원한 상태"라며 "PSA-NCAM을 가진 순수 신경세포를 이용,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 적용하기 위해 척수 손상 임상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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