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어린이들은 주삿바늘만 봐도 기겁을 하는데 1년에 1천번 이상 주사를 맞는 아이들이 있다. 바로 '1형 당뇨'를 앓는 아이들이다.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1형 당뇨는 어린이 환자가 많아 소아 당뇨로도 불린다. 매일 수시로 혈당을 검사하고 인슐린 주사를 맞는 수밖에 없다.
소아 당뇨를 앓는 김준상(5)군의 어머니 김미선(34)씨는 2년째 매일 수시로 준상이의 혈당을 점검하고 많게는 7∼8차례 인슐린 주사를 놔주고 있다.
유치원에 보낼 땐 가방에 채혈도구와 혈당측정기, 인슐린 주사를 챙겨 보낸다. 점심시간 전후 준상이의 혈당 관리를 유치원 선생님이 해주기 때문이다.
선뜻 주사를 놓아주겠다는 선생님을 찾기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혹시나 문제 생길까 봐 다들 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올해 초 김씨는 시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에는 간호사가 상주한다는 사실을 알고 준상이를 더 잘 돌봐줄 수 있는 곳이라 기대하고 찾아갔지만, 간호사가 인슐린 주사는 놔주는 것은 곤란하다는 뜻밖의 답변을 들었다.
간호사가 의사의 지시·감독 없이는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법적으로는 타당한 설명이었기에 김씨는 좌절해야 했다.
의료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놓는 주사이지만 오히려 간호사이기 때문에 시빗거리가 될 것을 우려해 피하려 한다는 것은 인지상정이었다.
정작 전문의들로 구성된 대한소아내분비학회는 인슐린 주사 대행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학회 관계자는 "인슐린 주사는 초등학교 3학년 정도면 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며 "진단서와 보호자의 동의서가 있다면 간호사 등 보건교사가 인슐린 주사와 저혈당 쇼크에 대비한 주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필요하면 관련 교육을 학회가 지원할 수 있다"는 제안도 덧붙였다.
김씨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1형 당뇨 환아 부모 모임' 회원들은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에 이와 관련한 이슈 청원을 올렸다.
4일 현재 5천명 이상이 서명한 이 청원은 인슐린 주사 대리 외에도 ▲ 소아 당뇨 어린이의 간호사 상주 교육기관 우선 입학 ▲ 소아 당뇨 어린이를 위한 학교 양호실 상시 개방 ▲ 저혈당 혼수에 대비한 치료약 학교 상비 등을 요구하고 있다.
모임 대표 김미영(38·여)씨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사고를 걱정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의사의 처방을 받은 부모가 인슐린량을 정해서 투여했을 때 문제가 된다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부모 동의서를 써주거나 이를 법에 명시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 임기백(38)씨는 "소아 당뇨 아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혈당 체크를 위한 채혈을 하고 인슐린 주사를 맞지만 씩씩하게 크고 있다"며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보건복지부는 관계 법령의 개정이나 해석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소아 당뇨 어린이의 인슐린 주사 대행은 일반 의료행위와 다른 자가요법 성격"이라며 "유사 사례를 검토하고 환아 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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