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한 시내버스 안에서 할머니를 폭행한 40대 여성이 조울증을 앓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확인되면서 '사회적 관심 대상자'들을 위한 보호·치료 시스템 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 질환이 자칫 '묻지마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관계기관이 공조를 통해 치료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낮 12시 청주의 한 시내버스 안에서 70대 할머니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폭력을 휘두른 A(40·여)씨는 소위 '동네 조폭'으로 불린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채 툭하면 욕설을 퍼붓고 주먹을 휘둘렀던 탓에 이 여성은 동네 주민들이 꼽는 기피대상 1호다.

그렇지만, 지적장애 3급인 A씨의 이런 행동이 '양극성 장애'로 불리는 조울증 등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주민들은 거의 없다.

A씨가 7∼8년 전부터 청주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나 홀로' 관리한 탓에 증상이 악화했을 수도 있는 일이다.

SNS(사회관계망 서비스)에 뜬 폭행 영상을 본 누리꾼 중 일부도 A씨의 무차별적인 폭행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주변 승객의 눈길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어머니뻘 되는 할머니를 폭행하는 게 단순한 '동네 조폭'의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A씨가 정신적 질환을 앓는 것 아니냐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물론 가정형편이 어려운 정신질환자들을 위한 사회적 보호 시스템은 갖춰져 있다.

의사의 진단과 가족의 동의만 있으면 3일간 '응급입원' 시킬 수 있다. 정신건강증진센터나 지역 보건소의 지원을 받아 입원 치료를 받도록 할 수 있다.

이들을 위한 시·군 예산이 편성돼 있다면 치료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복지단체의 도움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문제는 가족의 동의가 있더라도 정신질환자들이 입원 치료를 강하게 거부하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할머니 폭행 사건이 SNS를 통해 알려지기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A씨에게는 응급입원의 기회가 있었다.

골절상으로 병원에 입원한 뒤 아내가 홀로 있게 될 것을 걱정한 A씨의 남편이 사회복지사들에게 아내를 입원시켜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응급입원은 아쉽게도 성사되지 않았다. A씨가 소란을 피우며 입원 치료를 끝끝내 거부한 것이다.

사회복지사들도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경찰은 "강제로 입원시키는 것은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인권 침해'를 우려한 관계 기관의 소극적인 태도로 A씨가 치료받을 기회를 놓친 것이다.

최영락 청주시 정신건강증진센터장은 "A씨 같은 정신질환자를 내버려두면 언제 어디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이나 경찰의 응급입원 동의 절차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 기관이 서로 공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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