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4개월 된 서진이의 엄마 김모(33)씨는 최근 동네병원에서 6만원을 주고 아이에게 일본뇌염 예방주사를 맞혔다.

국가예방접종사업에 따라 서진이는 무료 접종 대상이었지만 김씨는 비싼 '베로세포 배양 불활성화 백신(사백신)'을 선택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이 백신을 권고한다는 점을 알고 있는데다 의사도 이 백신을 추천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 백신이 무료화된다기에 3월부터 기다렸는데 5월이 다 되도록 감감무소식이었다"며 "일본뇌염 주의보가 발령된 상황에서 더이상 기다릴 수도 없고 해서 돈을 내고 맞혔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WHO가 권고하는 일본뇌염 베로세포 배양 사백신의 무료화 조치가 몇 달째 지연되고 있다. 최근 일본뇌염 주의보가 발령되자 부모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유료 백신을 선택하고 있다.

현재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돼 무료 접종이 가능한 일본뇌염 백신은 '쥐 뇌조직 유래 사백신'과 '햄스터 신장세포 유래 생백신' 등 2가지다.

그러나 두 백신은 이상 반응에 대한 우려가 큰 편인 것으로 보고된다.

WHO는 점진적으로 안정성이 뛰어난 '베로세포 배양 사백신'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 정부가 '베로세포 배양 사백신'의 무료화를 지연시켜 부모들이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쓰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정부는 또 무료화 일정조차 제대로 알리지 않아 부모들의 답답함을 부채질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올 1월까지만 해도 3월1일부터 새 사백신이 국가예방접종에 포함된다고 알렸다.

그러나 현재까지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는 '사전 준비 기간이 추가로 소요돼 3월30일 이후로 지연됐다'고만 안내하고 있다.

정부의 '베로세포 배양 사백신'의 무료화 실시 예정일은 5월30일이다.

복지부 홈페이지의 '법령·고시'란에서 '예방접종의 실시기준 및 방법 일부개정' 항목의 첨부파일을 들여다 봐야 새 날짜를 알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26일 "시스템 준비 등 내부적인 상황으로 어쩔 수 없이 지연돼 국민께 죄송하다"며 "국가 예방접종 사업에 다양한 백신을 지원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해명했다.

질병관리본부의 관계자는 "비용 상환과 관련된 전산 시스템 개편 작업이 당초 일정보다 늦어졌다"고 설명하면서 "약속된 5월30일에 시행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뇌염은 '작은빨간집모기'가 매개하는 2군 법정 감염병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8일 광주광역시에서 올해 첫 일본뇌염 매개 모기를 확인하고 전국에 일본 뇌염 주의보를 발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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