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온난화가 가장 빠른 지역으로 꼽히는 제주도에서 삼나무 꽃가루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비율이 15년새 2.5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대의대 환경보건센터 이근화 교수팀은 제주도에 사는 초·중·고생 1천225명을 대상으로 삼나무 꽃가루 알레르기 감작률(알레르기 반응 비율)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보통 온난화로 기온이 높아지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꽃가루 발생량이 많아지고, 이로 인해 꽃가루 알레르기(화분증) 환자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에서도 삼나무는 온난화에 민감한 품종이다. 삼나무에서 날리는 꽃가루는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 물질(알레르겐)이다.
이번 연구결과를 보면 조사대상 초·중·고등학생 1천225명 중 46.2%(566명)가 아토피 질환을 갖고 있었다. 이 가운데 삼나무 꽃가루가 아토피 질환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경우는 17.6%였다.
제주도 내에서도 서귀포시 거주 학생들의 삼나무 꽃가루 아토피 유병률(23.8%, 156명)이 제주시(10.4%, 59명)보다 크게 높았다. 이는 제주시보다 평균기온이 높은 서귀포시에서 삼나무 꽃가루 발생이 빠르고, 양도 많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서귀포시 지역 학생들만 보면 삼나무 꽃가루 감작률이 1998년 9.7%에서 2008년 18.2%, 2013년 24.4%로 15년 사이 2.5배나 증가했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한반도의 온난화로 관련 질환이 증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1970년부터 2011년 사이 서귀포시의 평균 기온은 2도 상승했다.
이근화 교수는 "한반도에서 온난화가 가장 빠른 제주도의 봄철 기온이 높아지면서 삼나무 꽃가루 알레르기 질환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첫 연구결과"라며 "기후변화는 인체 질환의 발생과 변화에도 관련성이 큰 만큼 한반도 전체를 대상으로 온난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국제학술지 '알레르기, 천식·면역(Allergy, Asthma & Immunology)' 3월호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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