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근육통 환자는 대뇌의 감각 조절 기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새롭게 밝혀졌다.
섬유근육통은 만성 전신 통증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전체 인구의 2~4%에서 나타난다. 신체 곳곳에 통증(압통점)이 나타나며 피로, 수면장애, 우울증 등을 동반한다. 발생 원인으로는 중추 신경계의 통증 조절 문제가 거론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외과 정천기 교수팀은 섬유근육통 환자 17명의 뇌자도 영상을 분석한 결과, 이 질환이 대뇌의 감각 조절 기능 이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뇌자도는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측정해 뇌 상태에 대한 전체적인 지도를 그리는 기술이다. 뇌의 형태를 촬영해 차이를 밝히는 자기공명장치(MRI)와 달리 신경세포의 활동에 따라 달라지는 미세한 자기장을 측정해 뇌 기능의 이상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연구팀은 17명에게 동일한 감각자극을 연속해 주고 첫 자극보다 두 번째 자극에서 뇌 반응의 변동이 줄어드는 비율을 비교했다.
이 결과 대상자 모두에게서 뇌 반응의 변동이 줄어드는 비율이 정상인에 비해 작았다.
보통 신체의 감각 자극은 몇 단계를 거치는데 대뇌에 있는 '일차체성감각피질'은 온몸에서 감각 자극을 받아 분석한 후 다음 단계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동일한 감각 자극이 연속해서 들어오면 자극을 최소화하는 '자체 억제' 기능도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보면 섬유근육통 환자는 이런 자체 억제 기능이 떨어져 있었다. 때문에 신체 곳곳의 유사한 감각에 모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또 일차체성감각피질의 억제 기능이 많이 떨어진 환자일수록 몸으로 느끼는 통증의 강도가 증가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정천기 교수는 "섬유근육통 환자는 신체에 전달되는 동일한 감각에 모두 반응을 하면서 자극을 최소화하는 기능도 떨어졌다"면서 "촉각과 같은 일반적인 감각을 처리하는 초기 단계의 뇌기능 문제가 섬유근육통의 신경학적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음을 밝힌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통증연구협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페인(PAIN)' 온라인판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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