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바이러스'로 불리며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에볼라 전염병이 발생한 지 1년이 됐다.

지난해 3월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처음 확인된 이래 급속도로 확산하며 미국과 유럽 본토에서도 희생자를 낳은 에볼라는 1년이 지난 지금 확산 기세는 눈에 띄게 꺾였지만, 완전히 종식되지는 않은 상태다.

그동안 국제사회의 초기 대응 실패 등으로 2만5천명이 넘는 사람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이 가운데 1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는 기니와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 3개국에 집중됐고 말리와 나이지리아, 세네갈, 미국, 스페인, 영국 등에서도 사망자가 나왔다. 사망자 중에는 서아프리카에 파견됐던 국제 의료진도 일부 포함됐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50%가 넘지만 개발된 치료제와 백신이 없어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와 함께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 남아있는 미신과 서양 의학에 대한 불신, 취약한 공중보건 체계 등이 확산을 부추겼다.

국제사회가 에볼라 발생 초기 국제 의료단체들의 거듭된 경고에도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다가 아프리카 밖에서 피해자가 발생한 뒤에야 대응에 나선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주도 아래 세계 각국이 뒤늦게 에볼라 감염 국가에 의료장비와 인력을 지원하면서 그나마 아프리카 밖에서의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 31일 라이베리아 몬로비아 외곽 지역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숨지자, 보건요원들이 그의 시신을 집 밖으로 옮기고 있다.
의료구호단체 '국경없는 의사회'(MSF)는 22일(현지시간) 에볼라 발발 1년을 맞아 보고서를 내고 WHO가 에볼라 발생 초기에 빠르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수개월이 허비되고 많은 인명이 희생됐다"고 밝혔다.

MSF는 지난해 3월부터 에볼라의 확산 조짐이 있었지만 국제사회는 6월 이후 미국 및 스페인 출신 의료진이 에볼라 판정을 받은 다음에야 에볼라의 위험성을 깨달았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국제사회는 에볼라 전염병을 교훈 삼아 다른 전염병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에볼라는 전염병을 감지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메커니즘이 부족하다는 것을 노출시켰다"면서 에볼라 전염병이 다음에 발생할지 모르는 전염병에 대한 교훈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나바로 유엔 에볼라 특사는 "우리 중 누구도 이같이 규모가 크고 복잡한 질병을 경험한 적이 없다"면서 에볼라 경험을 분석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고 NYT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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