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 및 해외 출장의 빈도가 높아지면서 이름조차 생소한 열대 풍토병을 비롯해 외래 감염병에 걸린 환자들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고 나타났다.

또 중국산 수입식품으로 인해 수백명이 집단으로 세균성 이질에 걸린 사례도 확인돼 해외로부터 사람·물건을 통해 유입되는 감염병에 대한 주의와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일 질병관리본부의 2012~2014년 감염병 감시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신고된 법정 감염병 환자는 11만2천850명으로 2012년(9만1천908명)보다 23% 늘었다.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221명이 감염병에 걸린 셈이다. 

특히 최근 남미 등에서 크게 유행하는 치쿤구니야 열병(Chikungunya fever)의 경우 2010년 제4군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된 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2명이나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이 병은 주로 열대지역 서식 모기에 물려 걸리는데, 외국인·내국인 각 환자 모두 해외에서 감염된 뒤 입국했다.  

첫 내국인 환자는 필리핀 여행 후 열이 나고 피부에 발진이 생겨 검사를 받은 결과 양성으로 나타났고, 두 번째 파키스탄인 환자는 파키스탄에 다녀온 뒤 관절통, 등부위 통증을 호소하다 치쿤구니야로 확진받았다. 

같은 해 역시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내국인 2명이 유비저(melioidosis·類鼻疽)균에 감염돼 이 가운데 탤런트 박 모씨는 결국 패혈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균이 처음 침투한 코 등에 농양(고름)이 생긴다는 뜻의 '유비저'균은 주로 열대지역의 흙이나 물에 퍼져있다. 박씨의 사례가 2010년 법정감염병 지정 이후 국내 세 번째 감염일 만큼 드문 병이지만, 올해 들어서도 지금까지 1명의 유비저균 감염자가 확인됐다. 

2010년 법정감염병 목록에 이름을 올린 뒤 2012년 국내에서 처음 환자가 보고된 라임병(Lyme Borreliosis)도 갈수록 늘고 있다. 북미에서 흔한 이 병의 원인은 진드기가 옮기는 '보렐리아균'으로, 감염 초기 인플루엔자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국내 라임병 환자는 2012년 3명에서 지난해 11명으로 급증했고, 올해에도 벌써 8명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아직 나라 밖에서 걸려 입국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보건당국은 해외로부터 목재·설치류와 함께 보렐리아균 보유 진드기도 따라 들어와 국내 발병도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주로 열대·아열대 모기에 물려 걸리는 뎅기열(Dengue fever) 환자도 지난해 252명으로 2012년(149명)보다 69%나 늘었다. 올해 역시 9월말까지 감염자가 128명이나 보고됐다. 주로 필리핀·태국·캄보디아 여행 과정에서 뎅기열 바이러스에 옮은 경우였다.

수입 식품으로부터 감염병이 빠르게 퍼지는 사례도 나타났다. 지난해 인천·경기지역을 중심으로 세균성 이질 환자가 2012년(90명)의 3배가 넘는 294명이나 신고됐다. 이에 대한 역학 조사 결과, 원인으로 중국산 수입 김치가 지목됐다. 294명 가운데 277명은 실험실 조사에서도 이질로 확진받았다.  

박숙경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 연구원은 "여행객을 통한 감염병 유입이 늘어나는데다 수입 식품에서 시작된 감염병 유행도 확인되고 있다"며 "특히 지금까지 국내 보고된 적이 없는 라임병·유비저·치쿤구니야열병 등이 발생하고 있는만큼,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감염병을 빠르게 인지하고 확산을 막는 역량과 기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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