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이나 경험한 것들을 특정 형태로 저장하였다가 나중에 재생 또는 재구성하는 것을 기억이라고 한다.

즐거웠던 휴가에 대한 기억은 좋은 감정을, 어릴 때 개에 물린 기억은 나쁜 감정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27일(현지시간) 매사추세공대(MIT) 신경학 연구팀은 특정 기억에 대한 감정을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음을 밝혔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도네가와 스스무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뇌에는 기억과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이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둘의 연결고리를 바꿔주면 나쁜 기억도 좋은 기억으로 변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팀에서 실행한 실험은 수컷 쥐에 전기자극을 가한 뒤 전기자극을 기억으로 저장하는데 관여한 해마(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의 신경세포를 빛으로 뇌 세포의 활동을 제어하는 기술을 사용해 신경세포가 빛에 반응하도록 조작했다.

이틀 뒤 A와 B, 두 구역으로 나뉜 상자에 수컷 쥐를 넣고 A구역으로 갈 때마다 빛을 비추자 전기자극의 나쁜 기억을 떠올린 쥐는 A구역을 피해 주로 B구역에 머물렀다. 이는 A구역에 대해 일종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생겼다는 것을 보여준다.

며칠 뒤 나쁜 기억에 즐거운 감정을 입히기 위해 이 수컷 쥐를 암컷 쥐와 함께 놓아둔 상태에서 12분간 빛을 비췄다. 이후 수컷 쥐를 다시 상자에 넣고 전처럼 A구역으로 갈 때마다 빛을 비춘 결과 쥐는 A구역을 피하지 않았따.

이는 전기 자극에 대한 나쁜 감정이 암컷 쥐와 어울렸던 좋은 감정으로 대체되면서 A구역에 대한 공포도 사라진 것이다. 

연구팀은 기억이 저장된 해마와 뇌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 사이의 연결이 바뀌게 되면서 기억에 대한 감정의 변화도 생겼다고 설명하며, 이번 연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치료제 개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도가네와 교수는 "미래에는 인간이 좋은 기억을 나쁜 기억보다 강하게 기억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28일 발간되는 과학저널 네이처 최신호에 실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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