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색깔이라거나, 얼굴 형태 등 신체적 단서들을 결정하는 유전자만이 아니라 생활습관 같은 환경적인 단서들도 정자와 난자에 저장되어 자녀에게 전달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호주 애들레이드 대학 로빈슨 연구소소장 새러 로버트슨 박사는 정자와 난자는 유전정보만이 아니라 흡연, 음주, 식습관, 비만, 연령, 약물 노출 같은 환경정보의 메신저 역할도 수행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메디컬 뉴스 투데이가 18일 보도했다.

로버트슨 박사는 세상에 새로 태어난 아기는 100% 0에서 새 출발하는 것은 아니라며 부모의 환경정보들은 결국 자녀가 태어나기도 전에 자녀의 건강을 미리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고 밝혔다.

환경정보는 정자와 난자에 들어있는 유정정보와 함께 후생유전학적(epigenetic; 유전자 자체, 즉 DNA 염기서열에는 전혀 변함이 없는 상태에서 DNA의 구조변화로 유전자의 발현이 달라지는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 정보로 배아와 태반 형성에 영향을 미치며 이것이 태어난 아이의 평생건강을 결정하게 된다고 로버트슨 박사는 설명했다.

동물생식에 관한 연구결과들을 보면 스트레스, 불안, 감염 등이 정자와 난자에 변화를 일으키고 이것이 다음 세대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부모가 임신했을 때 이런 환경적 요인들이 태아의 발달을 형성하고 출생 이후에는 이것이 아이들에게 당뇨병 같은 대사질환, 심혈관질환, 면역기능장애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제야 인간도 어떤 경로를 통해 체험정보가 정자와 난자에 실려 배아와 자녀에 전달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시작했다며, 남녀가 아이를 갖고자 할 때는 그 시기를 정해놓고 미리 서로의 생활습관을 개선해 나가면 장차 태어날 아이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로버스튼 박사는 강조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