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위암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제균률이 최근 60%대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수치는 15년 새 20% 포인트나 하락한 것으로, 항생제 내성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어서 표준치료법을 바꾸는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에 존재하는 세균으로 위·십이지장궤양 및 위암 등과 연관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40세 이상 보균율은 55~65% 사이로 집계된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정훈용 교수팀은 2013~2014년 사이 국내 14개 병원에서 표준치료법(PPI-triple)으로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를 받은 환자 400여명을 분석한 결과, 제균률이 68%로 집계됐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헬리코박터균 치료를 해도 10명 중 3명 이상에서 효과가 없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런 제균률이 15년 전과 비교하면 약 20% 포인트나 떨어졌다는 점이다. 정 교수가 대한의과학회지(JKMS) 최근호에 투고한 논문을 보면 1999년 국내 헬리코박터 제균률은 최고 89.5%에 달했다. 하지만 2005년 84.2%, 2008년 82.1%, 2011년 76.8% 등으로 낮아지더니 급기야 지난해와 올해에 걸친 조사에서는 처음으로 60% 대로 떨어졌다.

의료진은 제균률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항생제 내성을 꼽았다. 현재 헬리코박터균 치료에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항생제 2개(클라리스로마이신, 아목시실린)와 위산분비억제제를 포함한 3가지 약물 병용요법이다. 그런데 이중 가장 독한 항생제로 꼽히는 클라리스로마이신의 내성률이 크게 높아지면서 헬리코박터균도 잘 죽지 않는다는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클라리스로마이신은 원래 호흡기질환 등에 많이 사용되는 항생제로 현재 내성률이 20%를 훨씬 넘고 있다.

정훈용 교수는 "내성이 잘 안 생기는 아목시실린보다 헬리코박터균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클라리스로마이신의 내성이 치료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헬리코박터균을 없애기 위한 표준치료제를 바꿔야 할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특히 소화성궤양이나 위점막 림프종 환자, 조기위암으로 내시경치료를 받은 환자, 위암 가족력 환자 등은 위암 예방을 위해 헬리코박터균의 치료가 권고되는 만큼 서둘러 1차요법을 변경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대안으로는 항생제로 세균벽을 먼저 약화시킨 후 PPI, 클라리스로마이신, 메트로니다졸을 병용 투여하는 '순차치료법'과 클라리스로마이신 없이 서로다른 4가지 약물을 섞어 처방하는 '4제요법'이 검토되고 있다. 4제요법의 경우 이미 분당서울대병원 등에서 그 효과를 보기 위한 임상연구에 들어갔다.

정 교수는 "그동안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에 핵심 역할을 해온 클라리스로마이신 사용을 지금 시점부터 상당기간 중단해야 내성균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또 헬리코박터균 제균 적응증에 해당하는 환자들 입장에서도 처방받은 약을 끝까지 먹고, 약 복용 기간에는 술, 담배를 피해야만 내성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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