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딸을 출산한 A씨는 출산 5주 후 첫 산후검진을 받을 때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접종을 시작해 얼마 전 3차 접종을 완료했다. 그런데, 산후조리원 동기 엄마들과 얘기를 하다가,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자기뿐이란 걸 알게 되었다.

다른 엄마들은 ‘10대 사춘기에 접종하는 주사라서 이미 출산까지 한 기혼여성들은 효과가 없는 거 아니냐’고 거꾸로 A씨에게 물어 보았다. A씨도 자궁경부암으로 아직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작은 이모와 바로 재혼한 이모부 때문에 충격을 받아, 친정 어머니를 포함해서 식구 중에 여자는 모두 접종을 했다고 한다. 그 후로 A씨는 틈만 나면 주변에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접종을 적극 권유하게 되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자궁경부암연구회 서정식 위원은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이 한국에서 승인되어 시판된 것은 2008년부터이므로, ‘9~26세 성경험 전 여성’이라는 식약청 권고대상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백신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여성은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성경험 유무나 연령에 관계없이 현재 55세 여성까지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의 효과가 입증되어 있으므로, 기혼여성이라도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해서는 가급적 빨리 접종해 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 바이러스(HPV)가 자궁경부에 세포변형을 일으키면서 진행되는 암 질환이다. 따라서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백신을 접종하면, 70%이상의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16형, 18형 바이러스와 기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및 교차면역을 생성해 주므로, 백신을 접종하면 현재보다 자궁경부암 발병확률을 80% 이상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서정식 위원은 자궁경부암에 대해 ‘성 매개 질환’이므로 안전한 성생활을 하는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여성들도 많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여성 중 80%가 일생에 한 번 이상 감염될 수 있는 흔한 바이러스인데다가, 보통 1년 내에 사라지지만 저항력이 약할 경우 세포변형, 상피내암, 자궁경부암 순으로 진행될 수 있어, 감염보다는 면역의 문제가 더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간 임신 중이라 예방백신을 접종할 수 없었다면, 수유 중에는 접종이 가능하므로 출산 약 한 달 후 첫 산후검진 때 자궁경부암 정기검진과 함께 예방백신 접종을 시작해 주는 것이 좋다.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접종 중에 임신을 한 경우에도 출산 후 마지막 3차 접종까지 꼭 마쳐야 효과를 볼 수 있다. 1차 접종 후 임신을 했다면, 출산 후 2차 3차 접종을 완료하면 되고, 2차 접종 후 임신을 한 경우는 출산 후 3차 접종을 하면 된다.

서정식 위원은 최근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에 대한 정보가 확산되면서, 실제로 첫 산후 검진 때 자궁경부암 검진을 하면서 1차 접종을 시작하는 산모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태중에 아기를 가진 예비엄마라면, 영아 예방접종뿐 아니라 자녀를 키워야 할 엄마의 건강을 지키는 의미에서 출산 후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접종도 잊지 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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