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게 살고자하는 인간의 욕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불로장생(不老長生)을 위해 불로초(不老草)를 찾아 혈안이 됐던 '진시황'에서 날씬한 몸매와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수억을 쏟아 붓는 유명 '할리우드 스타'에 이르기까지 젊게 살기 위해 모두가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젊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각분야 전문의들의 입을 통해 그 의미를 되짚어 보고 ‘참된 젊음’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한다.
마지막 시간으로 한의학박사로서 불면증 치료에 매진하고 있는 자미원한의원 허정원(사진) 원장을 만나 한의학에서 말하는 ‘젊게 사는 비결'을 들어봤다.
▲ 허정원 자미원한의원 원장 |
"젊음의 반대는 단어적으로는 '늙음'이지만, 저는 지금의 현실에 안주하고 더 이상의 도전을 받아들이기보다는 귀찮아하기 시작하는 '정체됨'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도전을 계속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건강이며 그 건강을 지키고 유지하는 것도 젊음의 ‘필요충분조건’이라는 것이 허 원장의 지론이다.
"아무리 건강해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이미 늙기 시작한 것이고, 아무리 뭔가를 하고 싶어도 건강하지 않다면 그 젊음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젊다는 것은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계속해서 도전하는 것'이라 정의하는 허 원장은 앞서 만났던 전문의들과는 젊음을 또 다른 측면에서 바라본 듯 했다.
그렇다면 한의학에서 말하는 젊음이라 뭘까? 허정원 원장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라고 밝히며 한의학에서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크게 ‘精‧氣‧神‧血’(정‧기‧신‧혈) 네 가지로 본다는 것이다.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원천적인 생명력이 '정'이고 후천적으로 음식을 통해서 얻어지는 에너지원이 '혈'입니다다. 그리고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모든 생리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어떤 에너지를 '기'라 하고 그리고 정신·마음이라고 표현 될 수 있는 것을 '신'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네 가지 요소가 모두 충만한 상태를 건강한 상태이자 젊은 상태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허 원장은 특히 타고난 정을 얼마나 잘 보존하느냐가 젊음을 유지하는 큰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나이가 20대밖에 안됐는도 문란한 성생활에 밤새도록 술 마시고 그러는 것은 정을 많이 쓰는 것이고, 그렇게 몇 달 몇 년을 하고 나면 사람이 폭삭 늙어버립니다"
정을 관리하는 것이 특별히 더 중요하는 것이다. 허 원장은 또 희노애락의 감정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즐겁게 살고, 계절이나 밤낮의 변화 등 자연의 순리에 적응하면서 그에 맞춰 사는 것을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로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상식적으로 건강하게 젊게 살기 위해서 '충분한 잠'이 중요하다고는 아고 있지만 왜 그런지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의학박사로서 허정원 원장은 잠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풀어 설명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젊음은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 계속 도전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뭔가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힘과 활력이 필요합니다. 이 힘과 활력을 얻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바로 ‘수면(睡眠)’이라는 거죠"
이어 그는 수면을 휴대전화 배터리 충전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밤새 배터리를 잘 충전하지 않고 들고 나오면 불안하듯 필요할 때 잘 쓸 수 있도록 충전을 해둬야 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불면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남녀 비율에 큰 차이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자미원한의원을 찾는 환자들을 보면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더 많았다.
"그것은 여자들이 남자들에 비해서 훨씬 더 감성적일 뿐 아니라 생리, 임신, 출산, 갱년기(폐경) 등과 같이 호르몬 변화로 인해 급격한 생리적 변화를 많이 겪기 때문입니다. 비율을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7:3정도로 많습니다"
허 원장은 내원 환자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예전엔 주로 40~50대 환자분들이 많았습니다. 정말 열심히 일하시고 체력이 완전히 바닥이 돼서 불면증이 나타나 오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나이가 많이 앞당겨 져서 갈수록 20~30대의 환자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사회가 너무 빨리빨리 돌아가고 사람들에게 너무 완벽한 결과를 원하다 보니까 거기에 맞춰서 사람들이 변하는 것 같다는 것.
내원 환자의 성격을 보면 완벽주의에 급한 성격을 가지고 있고 여기에 아주 꼼꼼하면서도 약간 내성적인 경향의 환자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는 육체적 노동보다 연구직 등 정신적 노동을 많이 하는 분들이 더 많긴 하다고 한다.
"아무래도 사회가 몸보다는 머리를 많이 쓰게끔 하다 보니, 교육 종사자나 IT 또는 금융종사자 등도 불면증에 걸릴 확률이 높지만 그렇다고 꼭 그렇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특별히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주부들도 쉽게 불면증이 걸리기도 하니까요"
과연 노화를 촉진하고 건강에 치명적인 불면증의 원인은 뭘까? 허정원 원장은 그 원인이 너무 많아서 어느 하나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한다. 누구는 불면증이 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가정불화 같은 가정적 문제나 심변의 변화 같은 개인적 문제로 인해 불면증이 올 수도 있고 성격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 허정원 자미원한의원 원장은 불면증의 소인을 찾이 치유하는 것이 불면증을 완전히 치료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윤현규 기자 |
"가장 큰 소인은 너무 몸을 돌보지 않고 심신을 과도하게 사용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체력이 바닥을 치면 불면증이 오는 거죠. 자신이 뭔가를 이루기 위해 애를 쓰는 가운데, 자기 체력이 버티는 한계를 넘어서면서 어느 날 갑자기 잠이 안 오게 됩니다"
그리고 허 원장은 대부분 사람들은 피곤하면 잠이 더 잘 온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것은 오해라고 한다. 한계를 넘어선 상태가 지속되면 몸은 피곤해 죽겠는데 잠은 안 오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이미 피곤을 느끼고 그럴 때 미리미리 휴식을 취해줘야 하는데, 자신의 체력을 과신하면서 일하는 분들이 갑자기 이렇게 탁 꺾기는 것입니다"
결국 젊게 살기 위해서 뭔가에 도전하는 것은 좋지만 필요충분조건이 되는 건강이라는 것에 대해 너무 소홀히 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도전적인 마음자세를 가지고 건강관리를 병행하면서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허 원장은 한방에서는 불면증 치료는 주로 소인들을 치유하는 방법으로 치료한다고 설명했다. 당장 수면제나 신경안정제로 통증을 없애고 수면을 취하게 할 수 있겠지만 다시 또 두통이 반복기 때문에 그것은 치료라고 보기보다 ‘언 발에 오줌누기’라고 할 수 있다는 것.
"언 발에 오줌 누면 결국 잘라야 합니다. 마찬가지 개념으로 한의학적으로 불면증을 치료할 때는 그 소인을 치유합니다. 예를 들면 소화가 안 되는 사람이 있다면 소화기관만 좋게 해줘도 잠을 잘 잡니다. 몸의 문제가 있거나 균형이 깨진 것을 잡아주는 것만으로 불면증은 치료가 되죠"
허 원장은 불면증의 소인들을 찾아서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니 어떤 경우는 불면증 치료를 위해 소화제를 처방하기도 한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소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한의학적인 치료의 장점이 될 수도 있는데, 단점이라면 드라마틱하게 바로 수면제처럼 잠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거죠. 하지만 주로 한약을 통한 장기적인 치료를 통해서 지친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우도록 돕고 있습니다."
특히 2~3년 혹은 7년간 수면제 먹다가 오는 경우처럼 오래된 불면증 환자의 경우는 빠르게 호전되진 않기 때문에 조급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며칠 잠 못 잔 환자의 경우 숙면차나 한약재를 이용한 향기요법 또는 침, 뜸, 부항 등과 같은 치료만 해도 바로 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허 원장은 덧붙였다.
허정원 원장은 연말을 맞아 늦게까지 술을 마실 수 밖에 없는 직장인들의 수면 관리에 대해 '부족한 수면을 수시로 보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면빚’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어제 못 잔 수면시간은 어떻게는 갚아야할 빚으로 존재한다는 뜻이죠. 그래서 보통 7시간 잘 것을 4시간밖에 못 잤다면 이 3시간 부족한 잠은 언젠가는 갚아야할 빚이 됩니다"
허 원장은 수면빚은 주말을 이용해서 갚거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토막잠’ 같은 것으로 갚아나가야 하며, 이걸 갚지 않아 계속 쌓이게 되면 그것이 폭발해서 결국 불면증으로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짧은 시간을 자더라도 깊게 자고 싶다면, 과음은 피하고 물도 많이 마시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된다 덧붙였다.
끝으로 허 원장은 젊게 살기 위해 '도전과 건강'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면 취미생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적으로만 도전만 하다 보면 건강을 해치게 됩니다. 그래서 도전은 도전대로 하고 약간의 절제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가져주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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